한국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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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금으로부터 1백여년전 프랑스의 한 선교수가 한국인을 평한 글이 있었다. 파리 외방전교회 소속의 신부며 사학자인 「사를르·달레」는 한국에 10여년간 머무르며 한국인의 장단점들을 두루 보고 체험했다.
바로 그 「달레」가 지적한 한국인의 장점 가운데 첫째는 선천적으로 인간을 존중하고 상호부조하며 산다는 것이다. 그는 『현대문명의 이기주의에 물든 모든 국민들 보다 한국인은 훨씬 우위에있다』고 했다.
두번째로 한국사람들은 손님대접을 신성한 의무처럼 알고 극진히 대한다는 것이다. 세째로 한국사람들은 육체적 고통을 잘 참아내면서 피로에 굴복하지 않는 강인한 성격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진짜 칭찬은 한국인은 결코 비겁하거나 나약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물론 한국을 흉보는 외국사람들이 더 많은 것도 지나칠 수 없다. 1906년 우리나라를 잠시방문한 일이 있는 미국의 저널리스트 「조지·케넌」은 『한국인은 게으르고 더럽고 파렴치하며 부정직하고 무식하고 자존심도 없다』고 악담했었다.
먼 옛날 얘기가 아니고 요즘도 한국사람을 업신여기는 얘기들은 너무나 많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걸작은 한국에 오래 주재했던 미국의 「위컴」대장의 레밍론이다. 레밍은 알래스카 들판에 사는 들쥐인데 이들은 먹이를 찾아 한 쥐가 앞서 가면 다른 쥐들은 불문곡직하고 그 뒤를 졸졸 따라나선다. 한국사람들이 얼마나 자기 주장도, 창의력도 없어 보였으면 그 들쥐에 비교했을까하는 자격지심도 갖게 된다.
오늘 우리는 그 모든 평판들에 대해 가장 적절한 대답을 우리의 호언장담이 아니라 행동과 실천으로 보여줄 수 있게 되었다. 서울올림픽이 바로 그것이다.
올림픽중 로이터통신이 우리나라의 어느 공장에서 만난 한 종업원의 말을 타전한 기사가 인상적이었다.
『이제 우리는 외국을 높이보지 않습니다. 우리는 같은 높이에서 바라볼 뿐입니다.』
우리가 서울 올림픽을 치르면서 얻은 것이 있다면 바로 이것이다. 금메달이 몇 개고, 세계 몇위라는 화려한 수식어는 둘째다.
우리는 세계에 부끄럽지 않은 올림픽을 우리의 힘과 노력으로 해냈다는 자신감·긍지, 그리고 우리 자신을 발견해야 한다. 「달레」는 1백년전의 한국사람에게서 벌써 오늘의 우리를 보고 있었다. 한국은 이제야말로 정말 「아시아의 황금시절 빛나는 촉등」으로 세계에 데뷔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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