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 전쟁 시작 … 중국보다 아시아 국가에 타격, 그 중 최고는 한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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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의 무역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미·중 무역전쟁의 최대 희생양이 될 수 있는 분석이 나왔다. 정작 전쟁 당사자인 중국보다 대만과 말레이시아, 한국 경제가 더 큰 고통을 받을 것으로 예측됐다.

블룸버그가 OECD 무역 통계 분석 #중국 수출 10% 줄면 한국 성장률 0.9%포인트 줄어 #대만, 말레이시아 다음으로 가장 피해 커 #주요 경제권 가운데 최대 희생양 #제조업 공급망 엮여 중국 피해 분산

도널드 트럼프(左) 미국 대통령, 시진핑(右) 중국 국가주석.

도널드 트럼프(左) 미국 대통령, 시진핑(右) 중국 국가주석.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보다 타격을 입을 국가로 대만, 말레이시아, 한국을 꼽았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필딩 첸 이코노미스트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부가가치 기준 무역(TiVA)’ 통계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중국의 수출이 10% 감소할 때마다 아시아 국가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평균 1.1%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중국의 성장률은 0.3%포인트 감소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아시아 국가들이 ‘세계의 공장’인 중국을 중심으로 한 제조업 공급망에 단단히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대만ㆍ한국ㆍ일본 등지에서 부품을 수입해 이를 조립 및 재가공하는 공정을 거친 뒤 미국 등지로 수출한다. 중국의 대 미국 수출이 줄면 수출용 제품을 만들기 위해 한국 등에서 부품을 수입할 수요도 감소한다.

중국이 수출용 부품 수입을 10% 줄이면 대만, 말레이시아, 한국의 성장률은 각각 1.9%포인트, 1.3%포인트, 0.9%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 대만, 말레이시아보다 한국의 경제 규모가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ㆍ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한국이 가장 많이 받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수출 감소로 인해 아시아 국가로부터 중간재 수입이 감소할 경우 대만, 말레이시아, 한국 경제에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했다. [자료 블룸버그]

블룸버그는 중국의 수출 감소로 인해 아시아 국가로부터 중간재 수입이 감소할 경우 대만, 말레이시아, 한국 경제에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했다. [자료 블룸버그]

블룸버그는 “제조업 공급망에 참여하는 나라는 중국 수출이 증가할 때 과실을 공유했듯이 수출 감소로 인한 위험도 나눠서 지게 된다"고 분석했다. 미·중 무역 전쟁으로 중국이 받는 충격이 공급망 내 국가들로 옮겨가는 것이다.

중국 내수 시장의 성장도 무역전쟁에서 중국의 피해를 줄이는 요소다. 이강(易綱) 중국 인민은행 총재는 지난달 "중국 경제의 무역의존도가 2006년 64%에서 지난해 33%로 줄었다"며 "중국 경제가 외부충격에 대응하는 능력이 향상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중국 수출이 10% 줄어든다는 가정은 극단적인 시나리오이긴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폭탄을 실제로 터뜨린 이상 불가능한 얘기도 아니다”라고 전했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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