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존슨」세계신 3일 천하 서울올림픽 "최대 충격파"|약물복용 파동 어떻게 돼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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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벤·존슨」의 약물복용으로 인한 금메달 박탈사건은 서울올림픽 개막이래 최대의 충격파였다.
「라이벌」「칼·루이스」와의 대결에서 초반부터 앞서며 9초8의 벽을 허물며 세계신기록(9초79)을 세운「벤·존슨」. 그의 영광은 3일도 채 안돼 진흙탕 속으로 처박히고 말았다.
IOC는 이미 지난 25일 밤 서울올림픽 도핑컨트롤센터에서「벤·존슨」의 약물복용사실을 보고 받고 26일 밤 호텔신라에서 의무분과위원회를 열어 금메달 박탈은 물론, 기록의 취소를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벤·존슨」이 약물을 복용하고 있다는 추측은 지난해 로마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9초83의 세계신기록을 수립했을 때부터 꾸준히 나돌았었다.
IOC는 이 사실이 확인되자「벤·존슨」에게 마지막 해명기회를 주기 위해 청문회를 열었다.
그러나 이미「벤·존슨」은 도핑컨트롤센터의 두 차례 소변검사결과 양성반응을 나타내 불리한 상태에 이르렀음을 알고 서면으로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말았다.
특히 2차 검사 때에는 캐나다 선수단측도 지켜봤으며, 청문회에는 캐나다인인 IOC「딕·파운드」부위원장도 참석해 옹호 발언을 했으나 다른 위원들의 호응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벤·존슨」의 소변에서는 에너볼릭 스테로이드 계통의 약물이 검출됐기 때문에 이날 밤 청문회는 의례적 절차에 불과했다.「벤·존슨」은 이같은 결정이 내려진 후 27일 새벽 묵고있던 힐튼호텔에서 비상계단을 통해 빠져나간 것이 밝혀졌다.
이제까지 올림픽에서 약물검사가 공식적으로 시행된 것은 지난 72년 뮌헨대회가 처음이며 이후 30여건의 복용사례가 밝혀졌다.
그동안 약물복용으로 메달을 박탈당한 선수는 모두 역도선수들로 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67.5㎏급의「마렉」(폴란드), 1백10㎏급의「흐리스토프」(불가리아) 등 2명이고, 서울올림픽에서도 2명의 불가리아 역도 금메달리스트가 메달이 취소돼 충격을 주었었다.
그동안 국내역도 등 일부종목에서도 약물복용을 해온 사실이 공공연한 비밀로 알려졌었다.

<캐나다 선수 단장>
한편「로저·잭슨」캐나다 올림픽위원과「케럴·레슬런」선수단장(여)은 27일 IOC가「벤·존슨」의 금메달 박탈조치 후 MPC에서 기자회견을 갖고『귀국조치는 실로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말했으나 사태에 대한 유감표명은 유보했고『「벤·존슨」의 물병에 누군가 약물을 집어넣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다음은 기자회견의 1문1답.
-캐나다선수단이 취한 조치는.
▲IOC의무분과위로부터 그같은 사실을 통보 받고 우리는 26일 오후「존슨」과 그의 가족들을 참석시킨 가운데 청문회를 열어「존슨」을 귀국시키기로 결정했다. 그 순간들은 실로「존슨」에게나 우리에게나 어려운 시간이었다.
남자 육상1백m에 대한 캐나다국민들의 기대는 산산이 부서졌다.
-「존슨」에 대한 최종약물검사는 언제 있었나.
▲작년 로마에서 열렸던 세계선수권대회 때였다.
-진상에 대한「존슨」측의 해명은.
▲「존슨」과 그의 코치들은「존슨」이 마시는 음료에 누군가가 이 약물을 집어넣은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좀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존슨」은 서인도제도에서 생산되는 약초로 만든 물을 물병에 담아 가지고 다닌다. 경기도중 이 물병이, 들어있는 가방은 조직위직원이 보관했는데 잠시동안 방치되었다.
물을 마신 후「존슨」은 맥주를 마셨다. 대기실에 있던 사람들은「존슨」의 가방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 물병에 물이 남았는가.
▲마시던 물은 남아있다. 우리는 그 물병을 밀봉해서 IOC의무분과위에 보내 검사하게 할 작정이다.
-「존슨」이 충격을 받았다는데.
▲그는 완전히 충격을 받아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정도였다. 말도 제대로 못했고 그래서 우리들에겐 더욱 괴로운 순간들이었다.
-다른 나라들은 약물복용선수에 대해 영구히 자격을 박탈하는데.
▲서울올림픽을 끝내고 귀국하면「존슨」에게 해명할 기회를 주기 위해 청문회를 열 것이고 결과에 따라 필요하다면 어떤 조치를 취할지 결정할 것이다.
캐나다는 다른 나라와는 달리 한번 약물 복용했다해서 영구히 자격을 박탈하지는 않는다.

<「존슨」매니저>
-이번 사건이 사보타주라고 어떻게 말할 수 있나.
▲명백하다. 「벤·존슨」은 게임 당일인 24일 오전에 준결승전을 끝내고 몹시 목이 말랐다고 한다.
「존슨」은 그날 자신의 가방에 스포츠 워터를 갖고 갔는데 준결승에서 돌아와 물을 먹으려 찾았으나 물병이 없어졌다.
그러나 그는 그날 오후 1시에 있을 결승전에 정신이 팔려 누군가가 건네주는 물병을 받아 대충 마셨다고 한다.
그때 물맛이 조금 쓰다고 생각했으나 그냥 경기에 임했다.
-그것으로 어떻게 계획적 음모라고 생각할 수 있나. 그 물병을 증거물로 갖고 있는가.
▲「존슨」은 그 병을 갖고 힐튼호텔(1717호)로 돌아와서 개인의사인「에스토판」에게 보여주었다.
「에스토판」과「존슨」은 그 병에 노란 침전물이 있었으며 매우 끈적거리고 냄새가 지독하다는 걸 발견했다.
그러나 문제는「에스토판」이 그 병을 헹궈내 증거를 갖고있지 못한데 있다.
내가 이것이 사보타주라 주장하는 이유는 원래「존슨」이 가지고 운동장에 갔던 물병이 그 다음날 오전 호텔 방에 도착해 있었다는 점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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