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덕담 전화라던 靑…"장하성, 권유한것 맞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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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장하성 정책실장, 국민연금 인사개입 논란

635조원의 국민 노후자금을 책임지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 선임을 둘러싸고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인사 개입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국민연금 CIO 인사개입 논란 관련 같은 날 말바꿔 #"인사수석실 언급은 검증절차 안내"...야당 "국정농단"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 5월 15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협의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 5월 15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협의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국민연금 CIO 공모 과정에서 최종 후보에 올랐던 곽태선 전 베어링 자산운용 대표는 5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2월 공모가 시작되기 전인 1월 말께 장 실장으로부터 지원을 권유하는 전화를 받았다. 20분간 CIO 자리와 업무 방향 등에 대한 전반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당시 곽 전 대표가 “지금 기금운용본부 CIO 직무 대리나 다른 실장 중에서 승진해도 되지 않냐”고 했더니, 장 실장은 “그 사람 중에는 없는 것 같다. 아무리 찾아도 국내에는 학연ㆍ지연이 없는 사람이 안 보인다”고 말했다고 한다.

곽 전 대표가 CIO 지원을 결심하자 두번째 통화에서 장 실장은 “나하고 면담은 나중에 하고 일단 청와대 인사수석실에서 연락이 갈 것”이라고 알렸다. 이후 곽 전 대표는 실제로 인사수석실의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공식 공모 절차가 시작되기 전에 특정인을 지목해 전화한 건 부당 인사 개입이란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국민연금 CIO에 내정됐다 떨어진 곽태선 전 베어링자산운용 대표가 2일 중앙일보 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중앙포토]

국민연금 CIO에 내정됐다 떨어진 곽태선 전 베어링자산운용 대표가 2일 중앙일보 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중앙포토]

 청와대는 이날 당초 “장 실장이 곽 전 대표와 통화한 것은 국민연금이 CIO 후보자로 추천한 이후”라고 해명했다가 나중에 “장 실장이 지원을 해보라고 권유를 한 것이 맞다”고 말을 바꿔 의혹을 더욱 키웠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CIO를 공모하기 전에 어떤 사람이 응모했으면 좋을지 리스트업을 한 내용이 장 실장에게 전달이 됐다”며 “유능한 사람이 응모하는게 좋겠다는 취지에서 장 실장이 ‘지원해서 잘 되기를 바란다’는 취지로 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장 실장이 청와대 인사수석실을 언급한 것에 대해 이 관계자는 “곽 전 대표가 본인의 병역 문제를 얘기해서 향후 검증 절차를 안내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국민연금 CIO 공모 과정을 주관한 기금이사추천위원회는 지난달 27일 곽 전 대표에게 탈락 사실을 공식 통보하고 재공모 절차를 밟기로 결정한 상태다. 또다른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곽 전 대표는 정부의 합리적인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검증 과정에서 탈락한 것”이라며 “장 실장은 곽 전 대표와는 일면식도 없고, 검증 때문에 탈락했다면 오히려 내부 인사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러나 윤영석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정상적인 채용 과정을 밟지 않고 장 실장의 독단적인 전횡으로 CIO를 채용하려 한 것은 그야말로 국정농단”이라며 “국민들의 노후자금에까지 손을 대려고 했던 것이 사실이라면 청와대는 장하성 정책실장을 파면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실장의 인사 개입 의혹은 문재인 정부 초대 금융위원장 인선 과정에서도 불거진 적이 있다. 최종구 위원장은 장 실장과 고려대 학연으로 주목을 받았다. 금융감독원장의 경우, 최흥식전 원장이 사퇴한 뒤 후임에 임명됐던 김기식 전 원장은 장 실장과 같은 참여연대 출신이었다. 하선영·위문희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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