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상|무용월간지『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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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올해 예술대상을 수상한 무용전문 월간지『춤』(발행인 조동화)은 76년3월초 첫호가 발행된 이래 올해 9월까지 12년7개월 동안 한번의 결간도 없이 모두 1백51호가 발행된 잡지다.
무용전문지로서 이렇게 오랜 세월동안 지속되어온 잡지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연관산업이 별반 없는 무용주변에서 잡지를 계속 운영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무용전문지가 발행되는 나라는 세계적으로 미국·영국·독일·프랑스뿐이고, 그나마 독일·프랑스에서는 최근「부정기 간행물」로 간신히 명맥만 잇고 있을 뿐이다.
『춤』지의 업적은 이러한 지속적 발행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춤』지는 창간당시 일종의 놀이쯤으로 천대받아온 한국의 무용으로 하여금「예술」로서의 사회적 대우를 받게 하는데 커다란 공헌을 했다.
『춤』지는 불모에 가깝던 무용계에 전문적인 무용평론가를 배출하는 유일한 산실 역할을 함으로써 무용가들이 예술가로서의 의식을 갖도록 선도하고「현대성」을 고취시켜 현대무용이 우리나라에 정착하는데 핵심적 기여를 했다. 그외에도 국·내외의 각종 무용정보와 관련, 예술정보를 소개하는 유일한 창구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작업은『춤』지의 발행인과 편집진의 희생적인 사명감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매월 1천5백부정도를 발간하는『춤』지는 창간이래 현재까지도 재정적인 어려움에 시달려 오고있다. 제작비 일부를 당국으로부터 지원 받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결코 충분할 수가 없다.
발행부수 1천5백부중 판매되는 부수는 6백여부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모두 각계에 무료로 기증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러한 희생은 고스란히 발행인과 편집자들에게 부담으로 남아 있지만 그들은 한국무용계를 현재의 위치로 끌어 올리는데 핵심적 역할을 다 해왔다는 자부심으로 버틴다.
발행인 조동화씨(66)는 대학시절의 전공과는 무관한 무용에 깊이 빠져들어 있다. 과외활동으로 즐기던 무용에 아마추어의 경지를 넘어 대학시절인 56년 조선일보에 무용평을 쓰기까지 했다.
이러한 무용에 대한 애정은 평생동안 이어졌고 76년 이후 12년여 동안의 희생을 불만 없이 받아들여 왔다.
조씨는 수상소감으로『한국의 예술계에 무용문화는 분명히 부각되고 있다. 그 토대역할을 해온 것을 평가해준데 대해 더없이 기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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