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스승 설득으로 중단위기 넘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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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농군의 아들 안대현 선수(26)가 동메달을 따는 순간 충북 괴산군 사리면 화산리 대촌 부락 안선수의 아버지 안효철씨(67)와 어머니 김순자씨(66), 큰형수 권영자씨(45) 등 온 가족과 30여명의 마을 주민들은 덩실덩실 춤을 추며 기뻐했다.
어머니 김씨는 『대현이는 누런 구렁이가 용이 돼 하늘로 올라가는 승천의 태몽 꿈을 꾸고 41세 때 낳은 늦둥이였다』며 『어릴 때부터 집념이 남달리 강하고 씨름도 좋아해 꼭 성공을 할 것 같았다』고 벽에 걸린 장한 아들의 모습을 보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60여년간 대촌 부락을 지키며 논 10마지기와 밭 2천평으로 농사를 짓고있는 안선수의 부모는 공부는 하지 않고 운동만 열심히 하는 아들에게 『밥 벌어먹기는 틀렸다』며 『농사나 지으라고 성화만 해 대고 뒷바라지를 제대로 못해준 것이 늘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안선수는 10년 전 괴산고 1년 때부터 레슬링을 시작한 후 당시 시합에서는 빛을 보지 못했으나 다부진 체격과 소질이 남달리 뛰어나 주위로부터 언젠가는 대성할 수 있는 선수로 지목됐었다.
고교3학년초 안선수는 대학진학을 위해 레슬링을 포기, 운동을 중단하기도 했으나 당시 안선수를 가르치던 민경위 교사(39)의 설득으로 다시 매트에 돌아와 피눈물나는 고된 훈련을 쌓아 그해 전국체전 1차 충북예선전에서 우승을 하는 영광을 차지하고부터 선수생활에 발돋움 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고교시절 안선수를 키워온 민경위 체육교사는 『가난한 농군의 아들로 태어나 고기 세근, 밥 두 그릇, 콜라 한 병을 거뜬히 먹던 안선수가 아시아 대회 때 은메달에 이어 이번에 금메달을 놓친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며 『언젠가는 금메달을 꼭 따는 승리의 영광을 차지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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