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의 악몽 딛고 세계정상 "우뚝"|사이클 「금」딴 소 크리첸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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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마지막 한바퀴를 남겨놓았을 때 허리에 심한 통증이 왔다. 내가 괴로워하는 것을 본 코치는 게임을 포기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나는 게임을 포기할 수 없었다. 얼마나 기다렸던 올림픽이었던가. 나는 고통이 심할 수록 페달을 더욱 힘차게 밟았다. 그리고 결과는 금메달이었다.
사이클 남자 1km독주에서 당초 예상을 뒤엎고 금메달을 따낸 소련의 「알렉산데르·크리첸코」(21)는 감격의 일성을 이와 같이 토해냈다.
1백80cm에 80kg의 다부진 체격과는 달리 아직도 앳된 그의 얼굴엔 감격의 흥분이 가시지 않고 있었다.
그가 이처럼 감격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것은 4년 전 부상의 기억 때문.
82년 사이클을 시작한 후 왕년의 소련사이클대표선수출신인 부친의 지도로 실력이 일취월장.
소련 사이클계의 신성으로 떠올랐던 「크리첸코」는 84년 키에프에서 벌어졌던 전소 선수권대회에서 치명적인 어깨부상을 입고 사이클계를 떠나야만 했다.
「소련사이클의 미래」라는 칭송을 듣던 그가 하루아침에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평범한 시민으로 지내야한다는 것은 견딜 수 없는 고통이었다고.
그는 의사의 만류와 주변의 반대에도 다시 사이클의 페달에 자신의 발을 올려놓는 결정을 했다.
의사는 『만약 사이클을 계속할 경우 치명적인 신체적인 이상을 볼 것』이라는 경고를 덧붙였지만 『사이클을 포기한다는 것은 신체적인 고통보다도 더 큰 고통을 나에게 강요하는 것』이라며 훈련을 고집, 결국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거는 감격을 맛보게 된 것이다.
당초 많은 전문가들은 동독의 「마이크·말초프」를 강력한 우승후보로 지목했었는데 처음부터 금메달에 자신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나도 처음엔 동독선수에게 금베달이 돌아갈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스포츠에도 인생에서와 마찬가지로 찬스가 있는 것이고 오늘 마지막 몇 초 사이에 그러한 찬스가 나에게 왔다고 생각한다. 서울올림픽에 출전하기 전에 나도 물론 금메달을 따겠다는 각오를 다졌으며 그 결과는 금메달로 나타났다』고 대답했다.
87년부터 소련국가대표팀에 합류한 「크리첸코」는 88년엔 1km개인추발전 소 챔피언의 자리에 올라 소련국민들 사이에선 불굴의 투혼을 가진 선수로 기억되고 있으며 스포츠인의 최고영예인 올림픽금메달을 목에 검으로써 올림픽사에 또 하나의 감동의 드라마를 연출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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