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충고 "43년을 기다렸다" 우승 환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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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년 만에 맛보는 전국대회 첫 우승.' 대통령배 고교야구대회 우승이 확정된 후 장충고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달려나와 환호하며 뒤엉켜 있다. 김성룡 기자

검은색 상의에 희디흰 하의. 가슴에 한자로 새긴 학교 이름이 고색창연했다. 43년에 걸친 기다림은 끝났다.

장충고가 창단 후 첫 우승을 차지했다. 장충고는 26일 동대문야구장에서 열린 제40회 대통령배 고교야구대회(중앙일보.일간스포츠.대한야구협회 공동주최.KT 후원) 결승에서 초고교급 투수 이용찬의 역투에 힘입어 지난해 우승팀 광주 동성고를 2-0으로 물리치고 대통령배의 주인공이 됐다. 장충고는 1963년 창단한 뒤 무려 43년 만에 처음 전국대회를 제패하는 감격을 누렸다. 장충고는 1994년 6월 제49회 청룡기대회 결승전에서 휘문고에 패하며 한 차례 준우승한 것이 종전까지 전국대회 최고 성적이었다. 이용찬은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장충고의 마운드가 더 높았다. 선발 사이드암 전진호와 오른손 정통파 투수 이용찬이 이어 던지며 동성고 타선을 1안타로 틀어막았다. 내야수들은 눈부신 수비로 금방이라도 손아귀를 빠져나갈 듯한 승리를 지켜냈다. 특히 3루수 김명성의 수비가 눈부셨다.

거포의 상징, 등번호 44번을 단 장충고의 이두환이 1-0으로 앞선 8회 말에 쏘아올린 한 점짜리 홈런이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경기를 지켜 보던 전문가들이 "8회 말에 장충고가 점수를 내지 못하면 9회 초에 고비를 맞을 것"이라며 파란을 예고하기가 무섭게 이두환은 동성고 투수 양현종의 몸쪽 공에 방망이를 휘둘렀고 공은 밤하늘을 빠르게 날아 왼쪽 담장을 훌쩍 넘었다. 이두환의 홈런은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다. 동성고의 좌완 선발 양현종은 이때까지 130개의 공을 던지며 시속 140㎞를 넘나드는 빠른 공과 안팎을 찌르는 변화구로 장충고 타자들을 요리해 삼진을 14개나 뺏었다. 하지만 이 한방을 허용한 후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8회까지 무안타에 눌리던 동성고는 9회 초 선두 1번 임익준이 첫 안타를 때려 출루하고도 2점 차의 벽 때문에 번트를 댈 수 없었다.

허진석.강인식 기자 <huhball@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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