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올림픽 「서장」을 펼친 사람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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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2달 동안 밤낮 없이 가면과 씨름하다보니 10kg이나 몸무게가 줄었어요.』 세계각국의 가면들이 모두 등장, 대립과 분열이 난무하는 혼돈의 세계를 표현해 현대문명을 고발하는 이색프로 『혼돈』.
국립무용단원 등 8백여명이 참가하는 이 공연에 필요한 8백50개의 가면 중 4백개를 꼬박 2개월간 만들어 댄 이정석씨(43·한국전통예능연구소대표)는 봉산·강령·양주 산대·수영야류·은율 탈춤 등 5가지의 탈춤을 전수 받은 전문 전통예술인.
81년 서울이 올림픽개최지로 확정된 기념으로 열린 문화행사에 소도구용 가면 등을 그려준 것이 계기가 돼 1년전 조직위로부터 개막행사용 가면제작의뢰를 받았다.
찰흙으로 모형을 만들고 겉에 석고를 입혀 음각을 뜬 뒤 손바닥크기로 자른 종이와 창호지를 물에 불러 일일이 한장씩 붙여야 했고, 석고를 깨버린 뒤 드러난 종이가면에 또다시 정성껏 색칠을 해 말리는 정성이 4백번 계속됐다.
『개막행사 대부분이 우리의 전통예술을 재현해 꾸며졌다는 게 무척 자랑스럽습니다.』 이씨는 이를 계기로 전국민이 우리 고유예술과 전통 문화에 더 큰 관심과 애정을 갖기를 진정으로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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