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들이 미군 전사자 유해를 발굴해 상당수 보관 중이라는 미 자유아시아방송(RFA)의 보도가 나왔다. RFA는 26일 함격북도의 소식통 등을 인용해 “최근 북미 정상회담 합의문 내용이 알려지면서 북한에서 미군 전사자 유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북한 주민들이 전에도 미군 전사자로 보이는 유해를 발견하면 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집에서 보관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며 “당국에 신고하면 아무 보상이 없지만 미군 유해 1구를 인식표 등 증거물과 함께 중국 브로커에게 넘기면 보통 1000달러 가량을 받을 수 있다”고 RFA에 말했다.
미군 유해가 가장 많이 발굴되는 곳은 함경남도 장진이라고 한다. 6·25 전쟁 격전지였던 이곳에서는 군번과 군복, 군화 등 유품들이 상당수 발굴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주민들은 유독 미군 유해에만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며 “돈이 안 되는 인민군이나 한국군의 유해가 발견되면 그대로 방치해버린다”고 밝혔다.
또, “주민들은 미국이 전쟁 후 전사자와 실종자의 유해 발굴을 지금껏 한번도 멈춘 적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일부 주민들은 미군 유해를 잘 보관하고 있으면 언젠가는 큰 돈이 된다고 믿어 이를 신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브로커는 DNA 검사와 군번 확인, 전쟁기록 대조 등 절차를 거쳐 미국 측에 유해를 인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함경남도의 또 다른 소식통은 “북한 정부가 이번에 미국 측에 송환하는 200여구의 미군 유해 외에도 주민들이 보관하고 있는 미군 유해가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주한미군사령부는 24일 판문점을 통해 운구함 100여개를 북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유해를 미국으로 옮기기 위한 금속관 158개도 경기도 오산 미 공군기지에 준비했다. 미군 유해 발굴을 위한 북한군의 움직임도 활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발굴 현장은 삼엄한 경계 속에서 인민군 총정치국이 발굴을 지휘하고 있다”며 “필요한 각종 장비가 투입되고 있다”고 전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