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장 안준호 삼성 감독은 샴페인에 흠뻑 젖은 머리칼을 쓸어 넘겼다. 그리고 '감사'를 쏟아놓았다.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마흔여덟 살에 나를 낳아주신 어머니께 감사드린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에게도 감사한다. 서장훈.이규섭.강혁 등 모든 선수가 고맙다. 조승연 단장 등 프런트와 서동철 코치 등 지원 스태프에도 감사드린다."
화려한 언변으로 플레이오프 무대를 휘저은 안 감독의 코멘트는 우승이 확정된 뒤에도 인상적이었다.
안 감독은 "피 끓는 청춘에 삼성 선수로 우승을 경험했다. 프로에서는 김동광 감독 밑에서 코치로 우승해 봤고 이번에는 감독으로 우승했다. 세 번의 영광이 있었다"고 삼성에서의 농구 인생을 정리했다.
안 감독은 챔피언 결정전에서 삼성의 장점인 높이를 십분 활용했고 눈부신 말솜씨로 분위기를 휘어잡았다. 단순히 말솜씨에 그치지 않고 상대팀을 자극하고, 국면을 유리하게 이끄는 심리전의 무기로 활용했다.
모비스가 챔피언 결정전 상대로 정해지자 안 감독은 "우리는 정통농구, 모비스는 변칙농구를 한다. 변칙은 정통을 이기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이 말로 삼성이 정규리그 우승팀 모비스보다 우월한 팀이라는 인상을 심는 데 성공했다.
챔피언 결정전 1차전을 이틀 앞두고는 "모비스의 작전이 다양하다지만 작전으로 선수들의 키를 늘릴 수 있느냐"며 높이에 대한 자신감을 표현했다.
1차전 승리의 원인을 '높이'로 꼽은 안 감독은 "단신 선수는 장신 선수와 리바운드 싸움을 하면 20㎝쯤 더 점프하고 스텝도 더 크게 밟아야 한다. 체력 소모가 클 수밖에 없다"고 필승론의 근거를 댔다.
21일 2차전 승리 뒤에는 확률론을 들고 나왔다. "모비스는 앞으로 80% 승률(5경기 4승)을 거둬야 우승한다. 모비스의 정규리그 승률은 67%였다"며 모비스의 초조감에 불을 질렀다.
25일 경기 전 인터뷰에서는 "볼 하나하나를 다룰 때 생명을 다루듯이 하라고 선수들에게 주문했다"는 말로 화룡점정을 했다.
강인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