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기의 反 금병매] (13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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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서문경이 금련과 잠자리를 하면서도 근심 어린 기색을 띠고 있자 금련이 약간 신경질적으로 물었다.

"오늘 무슨 일이 있었나요? 왜 그리 수심이 가득한 얼굴이에요?"

"글쎄, 무송이 일이 말이야."

"무송은 동평부로 압송되어 살인죄 형벌을 받게 되어 있는데 무슨 걱정이에요? 교수형에 처해지지 않으면 적어도 수십 년은 감옥에 있어야 할 거고, 그러면 우리는 다리 쭉 뻗고 잘 수 있잖아요."

"나도 그렇게 될 줄 알았는데 일이 꼬이려고 하니 묘하게 꼬이는군."

그제서야 금련도 무슨 심상치 않은 사태가 벌어진 것을 눈치채고 알몸 상체를 벌떡 일으켜세웠다. 제법 큼직하면서도 균형잡힌 두 개의 젖무덤이 차례로 가볍게 출렁거렸다.

"무송이 풀려나기라도 했단 말이에요?"

"그럴 리는 없지. 살인을 한 것은 누가 보아도 분명한 사실이니까. 무송이 자기 혼자 당하는 것이 억울하니까 우리를 물고 늘어지려고 하는 거지. 동평부 부윤이 난데없이 무대의 사인을 처음부터 조사하라는 공문서를 내려보냈다지 뭐요? 우리를 옭아 넣으려는 수작이 아니고 무엇이겠소?"

"그 일은 이미 조사가 끝난 일이잖아요. 청하현에서 잘 보고해 올려줄 거고."

"그러면 무슨 걱정이겠소? 부윤이 직접 조사를 나오겠다고 하니 문제지. 부윤이 일개 촌부가 어떻게 죽었는가 사인을 손수 조사하는 일은 드문 일인데 아무래도 다른 속셈이 있는 것 같소. 청하현 관리 숙청 같은 거 말이오. 무대가 어떻게 죽었는가 그 사인을 파헤치지는 못하더라도 그 사건을 빌미로 뇌물이 오고간 흔적은 남아 있으니 부패한 관리 어쩌고 하면서 내치면 당할 수밖에 없다 이거요. 그러면 뇌물을 준 나도 당하는 거고."

"동평부 부윤 자기한테는 뇌물을 주지 않으니 괜히 트집을 잡는 거 아닌가요?"

쓸데없는 걱정 하지 말라는 투로 금련이 서문경의 머리를 끌어당겨 자기 가슴에 묻었다. 서문경은 어린아이처럼 입을 비죽이 내밀어 금련의 젖꽃판 하나를 물었다. 금련은 두 눈을 감고 서문경의 혀끝이 젖꼭지를 건드리는 감촉을 느끼며 그의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쓸어내려 주었다. 서문경이 금련의 젖무덤을 통째로 입 안에 집어넣으려고 하다가 슬그머니 밀어내며 고개를 들었다.

"부윤이 그러기라도 하면 다행이겠소. 얼마든지 뇌물을 가져다주면 되니까. 그러나 동평부 부윤은 세상이 두 쪽 나도 뇌물 같은 것은 절대 받지 않는 사람으로 유명하오. 뇌물을 가지고 가면 그 자리에서 뇌물 공여죄로 잡아들이는 사람이오. 그 사람이 뇌물을 즐겨 받는 사람이라면 내가 이런 걱정도 하지 않소."

"세상에 뇌물을 좋아하지 않는 희한한 사람도 있군요. 그러면 길을 둘러가는 계책이 있지요."

"길을 둘러가다니? 어디로 도망이라도 가라는 말이오?"

"동평부 부윤도 태어나자마자 부윤이 된 것이 아니잖아요. 부윤으로 임명해준 고위층이 있을 거잖아요. 다시 말해, 부윤이 은혜를 입은 사람들이 있을 거란 말이에요. 뇌물에는 흔들리지 않아도 자기를 부윤으로 임명해준 고마운 사람들에게는 의외로 약할지 몰라요. 그러니까 뇌물을, 부윤에게 은혜를 베푼 고위층에 먹이라는 거죠. 그게 길을 둘러가는 계책이 아니고 무엇이겠어요?"

"옳거니. 동평부 부윤은 조정의 채태사 문하생으로 형법을 관장하는 대리시의 시정으로 있다가 승진하여 부윤이 된 사람이지. 조정에서 채태사하고 제일 친한 사람이 양제독이라는 소문이 있는데 양제독은 딸의 시댁인 진씨네와 인척간이지. 그러니 진씨네를 통하여 양제독에게 채태사에게로 갈 뇌물을 전달하면 효과가 있을지도 모르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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