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중앙시평

5·31 지방선거와 특별당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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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듯이 대부분의 유권자는 후보에 관한 지식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정당에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유권자로서는 후보를 선택하는 데 적지 않은 혼란을 겪을 것이므로 당의 일차적인 검증과 정보 제공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잘 알려진 현직자가 대개 승리하게 되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또한 정당과 관계없는 독립적 인물들로 지방의회가 구성되면 그때그때의 정황(政況)에 따라 조례를 제정하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정책의 일관성이 결여된다. 의원 개개인을 지속적으로 연결하는 고리가 없으므로 사안에 따라 의원들의 결합이 수시로 바뀌어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이 나오게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정당 나름의 역할과 순기능이 있기 때문에 20세기 초 미국 대부분의 도시에서 지방선거에 정당의 개입을 배제했다가 철회한 바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정당공천제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야 하며 공천권의 지구당 이양도 돌이킬 수 없는 추세라는 것을 인정하고 난 다음,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공천과 관련해 최근 발생한 비리와 잡음은 기본적으로 경선이 공정하게 치러지도록 관리.감독해야 할 중앙당이 이 일은 제쳐놓은 채 선거 자체에만 몰두하며 과열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중앙당의 업무 소홀로 공정한 경선이 실시되지 않을 경우 지방자치의 싹을 꺾을 뿐만 아니라 정당의 존립 자체도 위태롭게 되는데, 이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더욱 그러하다.

첫째, 지방선거는 어디까지나 지방의 일꾼을 뽑는 선거일 뿐 국회의원 선거나, 대통령 선거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세 차례의 지방선거에서 지방선거 승리가 대선 승리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 사실을 감안할 때 지방선거가 대선의 교두보가 아니라는 것은 더욱 분명해진다. 따라서 지역생활과 밀접한 정치가 이뤄질 수 있게 하기 위해 중앙당은 개입을 자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전략지역이라는 구실로 중앙당이 공천했거나 공천하려 한 인물이 반드시 다른 예비후보보다 낫다는 객관적인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당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은 해당 지역의 당원과 대의원.주민이 자체적으로 판단할 일이지, 간부 몇 명이 밀실에서 결정할 사항이 아니다. 이러한 밀실결정으로 인해 각종 비리가 발생할 소지가 생기고, 이것이 당의 이미지를 훼손시키고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국민은 중앙당이 경선을 민주적으로 관리하는지, 아닌지에 더 많은 관심이 있으므로 이번 기회에 당의 민주성을 보여주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더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셋째, 현재 각 당은 지방선거에 올인함으로써 정책선거를 맹세한 매니페스토운동을 스스로 위반하고 있다. 중앙당이 앞장서서 '중앙권력 심판' 또는 '지방권력 심판'이라는 구호를 내세우며 네거티브 선거운동을 확산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후보들이 제시한 정책은 뒷전으로 밀려 유권자는 정책에 대해 차분히 비교하고 평가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중앙당의 올인전략으로 정책선거에 차질이 빚어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지난 대선에서 나타났듯이 흑색선전이 판을 치게 되는데, 이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중앙당은 지방선거 개입을 자제하고 하루빨리 포지티브 선거운동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러는 것만이 지방정치를 꽃피우고 특별당비의 멍에로부터 정당을 해방시킬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심지연 경남대 교수·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