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때문에 고기도 못 잡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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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에서 고기잡이 배들이 바다로 나가지 못하고 항구에 정박해 있다. 말레이시아로 국경을 넘는 태국 자동차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태국의 방콕 포스트는 고유가로 인해 어선들이 출항하지 못하고, 운전자들이 차를 몰고 기름값이 싼 말레이시아로 국경을 넘어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24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태국 남부의 송클라 항구에는 기름값 때문에 출항하지 못하는 고기잡이 배가 2000척에 가깝다. 일부 어민들은 배에서 엔진을 분리해 시장에 내놓을 정도다.

송클라 어민협회의 사와이 제야콤 부회장은 "이익이 생기는 대형 어선만이 가끔 출항하고 있다"며 "고기 잡는 것을 포기하고 업종을 바꾸는 어민들이 계속 늘고 있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 국경에 가까운 도시인 사툰에서는 하루 100대 이상의 차량이 국경을 넘고 있다. 태국인들은 2㎞ 떨어진 말레이시아 펄리스에 가서 기름을 '만땅'으로 채우고 온다. 말레이시아의 휘발유 값은 리터 당 21바트(약 500원)로 태국의 30바트(약 750원)보다 훨씬 싸다.

태국 트럭협회의 프라모트 콩통 회장은 "최근 북동부 지역에선 트럭 소유주 300명이 빌린 돈을 갚지 못해 차량을 가압류당했다"며 "전체 70만대 트럭 중 10만대 가까이 최근 기름값 때문에 운행을 중단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트럭협회는 트럭 소유자들이 디젤 엔진을 천연가스 엔진으로 전환할 경우 정부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요청할 방침이다.

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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