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에 자살장면 너무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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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 이상 국민 5명 가운데 1명 이상은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10명 중 7명은 드라마나 영화에 자살 장면이 지나치게 많다고 지적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11월 전국 15 ̄69세 국민 150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20.8%가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고 밝혔다. 또 3.7%는 우울증이 있다고 답했고, 실제 자살을 시도해본 적이 있는 사람도 5명이나 있었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93.9%는 "자살충동이 있는 사람이 상담이나 치료를 받으면 예방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상담을 받아본 사람은 자살 생각을 한 적이 있다는 응답자의 10.3%, 우울증이 있다는 응답자의 20%에 불과했다.

특히 응답자의 82.2%는 "정치인.연예인 등 유명인의 자살이 일반인의 자살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다. 이와 관련, 76.6%는 "자살사건에 대한 매스컴의 보도가 너무 자극적이다", 70.4%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자살 장면이 지나치게 많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사람은 자살할 권리가 있다"고 답한 사람도 설문 대상자의 38.3%나 됐다. 또 "부모 자살 후 어린 자녀가 혼자 남는 것보다 함께 죽는 것이 오히려 낫다는 말이 일리가 있다"는 응답자도 27.1%나 차지했다.

이같은 조사결과는 한국자살예방협회가 2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주최하는 '자살.유해 사이트 차단을 위한 공청회'에서 발표된다.

공청회에서는 또 고려대 허태균 교수가 지난해 5 ̄11월 4개 일간지를 중심으로 실시한 '자살 관련 미디어 모니터링 분석 결과'도 공개될 예정이다. 분석 결과 이 기간에 실린 자살 관련 기사는 총 544건이었으며, 이 가운데 자살 방법을 상세히 묘사하거나(25건) 자살 이유를 정당화.단순화시키는(14건) 등의 역기능을 한 기사도 58건이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한국자살예방협회는 지난해 10 ̄12월 네이버.다음.야후 등 포털사이트의 카페와 토론방, 각종 홈페이지들을 모니터링한 결과 자살카페 31건, 자살.유해물질 판매 게시물 29건, 자살 사이트 7건 등을 적발해 대부분 폐쇄하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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