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다' 박명성 대표, 왜 펑펑 눈물 흘렸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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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기.최다제작비 뮤지컬 '아이다'의 국내 수입사인 신시 뮤지컬 컴퍼니 박명성(44) 대표가 공개석상에서 펑펑 눈물을 쏟았다.

사연인 즉 이렇다. '아이다'는 20일 273회로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본래 16일 끝마치려다 연장 공연을 가졌다. 20일 마지막 공연이 끝나고 공연장인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 부근 호프집에서 뒤풀이를 가졌다. 배우.스태프는 물론 투자자와 연극계 원로들까지 200여명이 참여, 꽤 큰 휘날레장이 됐다.

밤 11시30분쯤 박명성 대표가 직접 마이크를 잡고 사회를 보았다. 우선 어른들의 축사가 이어졌다. 한국 뮤지컬 협회 윤호진 회장은 "한국 뮤지컬이 이만큼 성장한 것에 감개 무량하다. 자랑스럽다"라고 말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황지우 총장 역시 "새로운 역사를 쓴 모든 제작진과 출연진께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며 격려했다.

즐겁던 분위기는 출연진중 최고령 김길호(71)씨가 나오면서 숙연해 졌다. 박대표는 "내 연극 인생 동안 늘 아버지처럼 모셨던 분과 함께 작품을 하게 돼 너무나 영광스럽다"며 소개했고, 앞으로 나온 김씨는 "여러분께 죽을 죄를 지었다. 리허설까지 아무 이상이 없다가 첫날 공연 올리기 직전 쓰러지고 말았다. 그래서 두달 동안이나 파라오 역을 다른 사람에게 맡겨 같이 나온 배우들을 혼란케 했고, 전체 결속력을 훼손시켰다. 부끄럽고 창피하다. 그런데 이렇게 8개월간이나 올 수 있게 해준 여러 후배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한다"고 말했다.

김씨의 말은 곧바로 뒤풀이장을 휘감았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박대표는 지금껏 한번도 안 한 얘기라며 목이 매인 채 말을 꺼냈다. "아마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지난해 8월 공연 올리기 한달전쯤 제가 해외 출장 간다며 보름간 자리를 비운 적이 있었습니다. 사실 그때 외국을 나간 게 아니라 몸이 아파 쓰러졌던 것입니다. 어디가 아팠던 것인지는 이 자리에서 말씀 드리기 곤란하지만, 하여간 수장이 없어 전체 팀웍이 흔들릴까봐 그때는 아프다는 소리를 못했습니다. 병원에서 퇴원하던 날 전 집에 가지 않고 우선 연습실을, 그리고 신시 사무실에 들렀습니다. 감사합니다. 모두들 실패한다고 했을때 저를 믿고 따라와 준 147명의 신시 식구들 덕분에 전 목숨을 걸고 이 짓을 감행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사람들도 가슴 찡한 듯 이곳저곳에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곧이어 누가 시작했는지 모르지만 모두들 포옹하며 "고생했어" "잘했어"란 인사들이 오갔다. 그렇게 아이다 마지막 공연의 밤은 깊어갔다.

문화 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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