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의 명예 회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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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오홍근 피습사건은 국회로 비화돼 26일 국방위는 국방부장관과 육군참모총장의 증언을 들었다.
의원들의 추궁을 받으며 답변에 나선 오자복 국방장관과 이종구 참모총장은 군의 잘못을 인정하고 군부 지도자로서 모든 것을 책임질 자세가 돼 있고 사건의 배후와 진상을 철저히 조사하여 관련자를 문책할 결의를 표시했다.
오자복 장관은『배후여부에 대해수사상의 혐의 사항을 두고 규명 중』이라고 밝히고『배후가 드러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처벌하겠다』고 말했다. 이종구 총장은『육군의 수사력과 본인의 지휘역량을 총동원해 이 사건을 조속히 해결하여 실추된 군의 명예를 회복하고 유사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단언했다.
국방장관과 참모총장이 의연한 각오로 그 같은 결의를 실천하려 한다면 오홍근 사건의 의혹은 완전히 풀릴 수 있다고 믿는다.
오홍근 사건에 현역군인과 부대 장비가 관련됐음이 명백해진 이상 사건의 진상조사와 결과처리가 조속히 매듭지어져야 한다.
군은 대단히 중요한 국가의 기간조직이다. 잠시도 사기가 떨어지거나 무기력 상태에 있어선 안 된다.
더구나 올림픽 대사를 앞두고 지금 우리는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올림픽 안보에서 군의 임무는 그 어느 때 보다도 막중하다. 군의 신속하고도 명쾌한 사건종결을 기대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민주화의 길을 힘차게 걷고 있는 이때 군이 만의 하나라도 이 시대의 흐름에 역행한다는 인상을 주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지금은 군 자신이 권위주의 청산과 민주화 작업을 펴고 있다. 이것은 6·29이후 군부지도자들에 의해 다짐되고 주도돼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홍근 사건이 터졌다는 것은 군내 민주화의 노력이 더욱더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군은 장병교육을 강화하여 스스로 민주화의 파트너라는 생각을 갖도록 해야 한다.
군내 교육에선 대통령과 정부가 6·29선언과 두 차례의 선거를 통해 민주화를 약속했고, 이것의 실천을 위해 국민과 함께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군은 본질상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국가에 대한 충성을 최상의 덕목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국가를 대행하고 국군총사령관으로 돼 있는 대통령과 정부의 편에 서서 사고하고 행동하는데 익숙해져 있다. 따라서 거이 진심으로 충성하려 한다면 국가가 정치의 제1과제로 삼고 있는 민주화에 앞장서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 이것은 군 지도부의 철저한 의식개혁과 장병교육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이번 사건의 진상규명에 소장파 장성들의 건의가 주효했다는 보도가 있다. 국방에 전념하는 군의 순수성과 명예를 지키려는 그 같은 양식의 발로는 믿음직한 현상이다.
이번 오 부장 사건의 뒷수습은 군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어 명예와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그것은 오 국방과 이 총장의 국회증언이 실현될 때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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