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서울을 보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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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인류의 제전을 밝힐 올림픽 횃불이 23일 채화되어 서울로의 봉송 길에 올라있다.
인간의 미를 대표한 그리스의 여 사제에 의해 고대올림픽의 유서 깊은 땅 올림피아 벌의 헤라 신전에서 점화되는 광경을 보면서 우리는 한국과 세계, 현대와 고대, 문명과 신화가 하나의 고리로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했다.
이 유대와 결합의 정신이 올림픽정신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그 횃불이야말로 세계평화와 인류화합의 상징이다. 이 횃불이 타고 있는 한 인류는 희망과 이상을 가지고 함께 살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다. 인류문화는 불에서 시작됐다. 불이 없는 상태는 상상할 수 없다. 그것은 암흑과 야만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이제 그 상징인 올림픽 횃불이 4만2천리 길을 돌고 돌아 25일 뒤엔 잠실벌에서 세계를 비춘다.
이제 올림픽 행사는 시작됐다. 이번 올림픽은 올림픽사상 최대 규모, 최신 수준이다. 이 거대한 인류의 축제를 우리가 주재한다는 자부심과 책임감을 가지고 국민 모두가 하나가 되어 성공적으로 치러야 한다는 각오를 새로이 다짐해야 할 단계다.
올림픽 성공은 번잡한 행사의 남발이나 낭비적 외화에 있지 않다. 메달 수와는 더 더구나 무관하다. 올림픽의 참된 성공은 우리가 정성을 다해 행사를 차질 없이 진행하고 우리의 문화를 세계에 알리며 서울이 전체 인류의 평화와 화합의 마당이 되게 하는 것이다.
우리는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부족한 부분을 메우고 잘못된 부분을 치유하는데 주저해선 안 된다. 질서와 봉사는 인류 공통의 미덕이다. 찾아오는 외국인에게 우리의 아름다운 인정을 심고 세계는 하나임을 확인시켜야 한다.
올림픽이후도 생각해야 한다. 올림픽이후의 우리 사회가 어떻게 될지는 모두의 궁금 사항이다. 낙관론과 비관론이 엇갈려 예상키 어려운 상태다.
멕시코는 올림픽을 계기로 나라가 기울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본은 동경올림픽이 성장의 도약대가 됐다. 우리는 결코 멕시코가 돼서는 안 된다. 서울올림픽은 일본을 뛰어넘는 발전의 도약대가 돼야 한다.
이 같은 발전은 올림픽에 쏟는 겨레의 정성에 비례한다. 우선 이번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그 힘과 정신으로 올림픽이후의 시련과 도전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 올림픽의 평화, 단결, 우애의 정신이 계승되는 한 우리는 결코 비관할 필요가 없다.
북한의 호응도 절실히 요구된다. 그 동안 남과 북은 북한의 올림픽참여를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뤄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24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의회회담 준비접촉 대표단장의 구수 회의는 이 문제를 결정하는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지금 세계의 눈은 서울에 쏠려 있다. 우리의 일거수 일투족이 세계에 비춰지고 있다. 서울 올림픽은 우리가 세계와 함께 있고 세계가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고 있음을 확인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우리의 올림픽 목표는「한국의 세계화」와「세계의 한국화」를 실현하는데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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