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숙한 속마음의 대화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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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날엔 무슨 거창한 일처럼 성사가 어려웠던 대통령과 야당 당수간의 회담이 6공화국 들어 비교적 자주 실현되고 있는 것은 하나의 진전이라고 볼 수 있다.
대통령을 포함한 정계의 수뇌들이 평소 긴밀한 접촉을 통해 중요 국정사항과 정치문제에 관해 의견을 교환하고 지혜를 모으는 일은 자주 있을수록 바람직하다.
여야간 심각한 의견 대립으로 정국이 긴장상태에 빠졌을 때라야 영수회담이 열리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과거 예에 따른 잘못된 고정관념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노태우 대통령은 22일 김종필 공화당 총재와의 회담을 시발로 김대중·김영삼 총재와도 잇달아 개별회담을 가질 예정이라고 한다. 이번 청와대회담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들이 논의될지는 알 수 없으나 우리는 일단 여-야 영수들이 올림픽을 앞두고 남-북 국회회담이 열리는 이런 시기에 이런 모임을 가지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본다.
그리고 꼭 배석 자를 두고 회담결과를 대화 록 형식으로 발표하던 과거방식과는 달리 이번에는 대통령과 야당당수가 단독으로 만난다고 하는데 이처럼 자유로운 회담형식의 채택도 해볼 만 한 시도라고 생각된다. 배석 자를 의식하고 소상히 발표되는 회담결과의 발표내용에 신경 쓰다 보면 마음에 있는 얘기를 제대로 하기가 어려워진다.
이번 청와대 회담에서는 대체로 성공적인 올림픽을 위한 초당적 지원문제, 좌경문제, 노 대통령의 중간평가문제 등 이 주요의제가 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3 야당총재가 모두 미·일·비 등 해외여행을 다녀온 직후인 만큼 한반도의 국제환경에 대한 의견교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진행중인 남-북 국회회담도 서로 검토할 것으로 짐작된다.
이런 여러 가지 문제에 관해 현재 여-야간에는 드러난 쟁점이 별로 없고 이른바 올림픽 정치휴전도 성립된 것으로 보이는 만큼 여야지도자들간에 큰 테두리의 공감대 형성에는 별로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문제보다 우리가 더 관심 깊게 보고자 하는 일은 이번 여야영수들의 개별회담에서는 6공화국 들어 아직도 제대로 틀을 잡지 못한 정국운영의 기조에 관해 어느 정도의 의견접근을 보이느냐의 문제다.
가령 정계는 물론 항간에서도「올림픽 후 정국」에 관해 이런저런 말이 많고, 그 문제는 내각제개헌론, 연정 론, 노 대통령 증간평가의 방법론 등과도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말하자면 노 정권의 남은 4년 여 임기 동안 정국풍향을 좌우할 이런 문제들에 관해 여야는 아직 제대로 의견교환 다운 논의를 못해 본 상태고 서로 허공을 격해 진의를 탐색하는 단계에 있다.
이런 문제들에 관해 각자의 진의를 서로 정확히 인식하고 오해가 있다면 일찌감치 서로 씻어야 정국은 안정감 있게 운영될 수 있고 정부는 정부대로 임기 중 그런대로 일에 몰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보기에는 여야 각 당은 아직 서로의 입장과 진의를 잘 알지 못하는 듯 하다. 따라서 이번 개별 영수회담은 눈앞의 올림픽이나 남-북 문제뿐 아니라 올림픽 후 정국의 안정적 전개를 위한 바탕을 마련하는 깊숙한 속마음의 교환이 있기를 바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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