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장 출신 귀촌인 "고소득 작물이라도 산과 맞지 않으면 포기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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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논밭과 달리 방향, 경사, 땅의 성질에 따라 적합한 작목이나 수종(樹種)이 따로 있습니다. 아무리 고소득 품목이라도 산에 맞지 않으면 포기해야 합니다"

조연환 전 산림청장 충남 금산서 13년째 귀촌생활 책으로 펴내 #『산림청장의 귀촌일기』에서 "귀산 영농은 친환경에 힘도 덜들어" #

충남 금산 산속에 집을 짓고 13년째 사는 조연환(70) 전 산림청장이 전하는 귀촌 성공 비결 가운데 하나다. 조 전 청장은 최근 귀촌 생활을 정리한 『산림청장의 귀촌일기』를 펴냈다.

조연환 전 산림청장(오른쪽)과 부인 정점순씨. [사진 조연환 전 산림청장]

조연환 전 산림청장(오른쪽)과 부인 정점순씨. [사진 조연환 전 산림청장]

조 전 청장은 책에서 “산은 논밭처럼 토양을 개량하거나 인위적인 시설을 설치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어떤 작목이나 수종이 적합한지는 산림청 산하 임업진흥원이나 산림과학원, 각 지역 농업기술센터에서 산주(山主)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를 활용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조 전 청장은 “아무리 좋은 작물을 생산해도 팔 데가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며 “판매에 자신이 있는 품목을 골라야 하며, 판매에 자신이 없으면 귀촌 지역에서 권장하는 품목으로 시작하는 게 안전하다”고 말했다.
그는 "산을 사기 전에 토지의 기본 정보를 확인하고, 현장에 반드시 가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전 청장은 “산은 나뭇잎이 거의 떨어진 늦가을부터 이른 봄에 가봐야 잘 알 수 있다”며 “내 산의 경계가 어디인지, 경사는 급하지 않은지, 조림상태는 어떤지, 길은 있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조연환 전 산림청장과 부인 정점순씨가 귀촌한 충남 금산에서 채소를 수확하고 있다. [사진 조연환 전 산림청장]

조연환 전 산림청장과 부인 정점순씨가 귀촌한 충남 금산에서 채소를 수확하고 있다. [사진 조연환 전 산림청장]

조 전 청장은 “논밭에서는 매년 또는 몇 달 안에 한 번씩 수확할 수 있지만, 산은 1년 이상 때론 50년 이상이 걸리기도 한다”며 “이 때문에 산에서 무엇을 하고자 한다면 준비 기간을 길게 잡아야 하고, 단위 면적당 소득도 논밭보다 적은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산에서 하는 일은 비료나 농약을 뿌릴 일이 거의 없어 논밭보다 힘이 덜 들고 시원한 바람이 불고 나무 그늘이 있는 산은 일하기에도 좋은 조건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조연환 전산림청장이 충남 금산 집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 조연환 전 산림청장]

조연환 전산림청장이 충남 금산 집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 조연환 전 산림청장]

그는 귀촌을 행복으로 이끄는 최우선 조건으로 ‘배우자의 적극적인 찬성과 협력’을 꼽았다. 그는 “아내를 설득하지 않은 채 감행하는 귀촌은 실패 확률이 아주 높다”며 “만약 아내가 시골로 내려오지 않는다면 산촌을 포기하고 아내를 택하라”고 조언했다.
조 전 청장은 “산촌에서 살 결심을 하면 고향을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하게 된다”며 “고향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처한 상황 등을 고려해 장소를 결정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조 전 청장은 “금산에 터를 잡았다고 했을 때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은 ‘금산이 고향이냐’는 것이었다”며 “산림청 시절부터 금산은 숲가꾸기 사업을 열심히 해온 곳이어서 좋은 기억이 있었던 데다 마침 좋은 땅이 나왔다”며 “좋은 땅이 있고 그곳에 정을 붙일 수 있다면 고향이 아닌 곳에서 은퇴 이후를 설계하는 것도 좋다”고 설명했다.

조 전 청장은 고향인 보은에서 농고를 졸업했다. 1967년 9급 산림공무원으로 시작해 2004년 산림행정의 최고봉인 산림청장까지 지냈다. 충남 금산군 남일면 신천리에 집을 짓고 2006년부터 부인 정점순씨(73)와 귀촌 생활을 하고 있다. 감자·고구마·고추·상추·참깨·블루벨리 등을 재배하고 있다.
그는 2000년 이곳에 1980㎡의 땅을 구입해 뒀다. 조 전 청장은 부부가 만들어가는 귀촌이야기를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사람들에게 전하다 이번에 책으로 펴냈다.

금산=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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