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투기 날림대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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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요 며칠새 당국이 잇따라 내놓는 물가 및 부동산투기억제 대책을 보고있노라면 무차별 융단폭격의 감을 지울 수 없다.
부처간 협의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국민의 재산권 침해여부는 고려도 하지 않은 채 우선 발표부터 하고 보자는 식이다. 그러니 선의의 피해자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아파트 값이 뛰고 땅값이 전국도처에서 들먹이니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얘기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부동산투기를 근절해야 한다는 것은 국민적 여망이기도하다.
그러나 그 「좋은 묘안」들이 왜 이제껏 비치지도 않다가 봇물 터지듯 한꺼번에 나오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대통령이 『부동산투기를 뿌리 뽑으라』고 지시해 부랴부랴 각종 대책들을 내놓고 있다면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 동안은 물가당국이 손을 놓고있었다는 것을 스스로 시인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최근 쏟아져 나오고있는 대책들 이라는게 급조된 날림의 흔적의 도처에 눈에 띈다.
이번 대책시리즈 중 신호탄격인 10일 경제기획원의 종합대책이라는게 우선 그렇다. 밑도 끝도 없이 아파트 쪽이 말썽을 부리니 1가구 2주택 및 1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면세요건을 강화하겠다고 발표는 했지만 법규개정에 따른 경과규정을 두어야 하는 건지 말아야 하는 건지 조차 결정짓지 못한 채 대책이라고 내놓았다. 그러니 후유증이 없을 수 없다.
급작스런 이 조치로 주택경기가 위축 내지 침체될 것은 입안당사자들이 더 잘 알 일이다. 그렇다면 얼마전 내놓은 6차 개발계획 수정안에 있는 92년까지 2백만 호의 주택을 짓겠다는 것과는 어떻게 되는 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런가하면 이번에는 땅값이 턱없이 뛰고있는 지역에 대해서는 극약처방인 토지거래허가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도 주무부처인 건설부는 허가제실시 대상지역을 내정해놓았으나 발표전날 열린 경제장관회의에서 재검토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기준을 정해놓고도 대상지역을 재검토하겠다는 저의도 가늠하기 어렵다.
거듭 강조하지만 부동산투기는 근절돼야 한다. 그러나 토지거래에 대한 규제가 개인의 재산권침해를 수반할 만큼 그 실시에는 치밀한 준비와 엉뚱한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겠다는 성의 있는 배려가 따라야한다.
이춘성<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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