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사이버 튜터'에 물어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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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수원 유신고 3학년 남효상군은 9일 화학Ⅱ 공부를 하다 너무 답답했다. 참고서를 붙잡고 밤늦게까지 씨름했지만 분자량과 삼투압을 구하는 문제를 도저히 풀 수 없었다. 교육방송(EBS)이 운영하는 인터넷(www.ebsi.co.kr) 수능강좌 회원인 남군은 '사이버 튜터'(온라인 상담 교사)에게 도움을 청했다. 수능강좌 온라인 게시판을 통해 답답함을 호소한 것이다. 그러자 바로 다음날 자세한 문제 풀이 과정이 담긴 답변이 게시판에 올랐다. 남군은 "공부하다 막히는 문제는 언제든지 사이버 튜터에게 물어볼 수 있어 든든하다"며 "굳이 돈을 들여가며 학원에 다닐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전주여고 2학년 박근하양은 인터넷으로 논술을 해결한다. 서울 강남 유명학원에 다니는 학생과 경쟁해 볼 만하다는 생각도 든다. EBS 인터넷 논술코너에 1주일마다 제시되는 주제로 글을 쓰고 사이버 튜터에게 첨삭지도를 받고 있어서다. '가부장제도'와 '노동과 여가' 등 주제도 다양하다. 박양은 "튜터가 어색한 문장을 콕콕 짚어주며 객관적으로 쓰라는 충고를 해 주셨다"며 "개인 과외를 받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점점 자신이 붙고 있다"고 했다.

EBS의 수능'사이버 튜터'가 뜨고 있다. 특히 농어촌지역과 저소득층 등 사교육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고교생들에게 인기다. 인터넷을 통해 궁금한 점과 논술 관련 질문을 하면 튜터들이 자세히 답변해 주기 때문이다.

수능 강좌 사이버 튜터는 현재 300명. 대학원생과 현직교사.학원 강사가 ▶언어▶수리▶외국어▶탐구(사회.과학.직업) 등을 영역별로 맡고 있다. 이들은 하루 700~800건씩 올라오는 질문을 24시간 이내에 답변해 준다. EBS 측은 지난해 300여 건에 그쳤던 질문이 배 이상 늘어나자 다음달까지 튜터를 2000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철학박사로 짜인 사이버 논술 튜터도 현재 30명에서 50명으로 늘린다. ▶가형 요약논술▶나형 800자 논술▶다형 1200자 논술 등 1주일 단위로 진행하는 첨삭지도를 희망하는 학생들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EBS는 현재 1주일에 600명 정도인 첨삭지도 가능 학생을 1000명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논술 첨삭 총괄 강사인 김명준씨는 "한 건을 손보는 데 최소 두 시간 이상씩 정성을 쏟고 있다"며 "신속하게 답변을 해 주면 더 많은 학생이 이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강사들은 답변을 한 번 해 줄 때마다 건당 8000~1만5000원을 받는다. 고려대 최윤정(국제어문학부 1)씨는 "사이버 논술 튜터에게 지도를 받아 대학에 무난히 합격했다"며 "유명 학원 논술 강좌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양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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