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자들은 우선 리듬을 익혀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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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시조에 있어서 시가 먼저냐 리듬(가락)이 먼저냐 하고 물어 올 때가 적지 않다. 딱 갈라 어느 것이 먼저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초보자의 경우, 리듬을 먼저 쫓는 방법도 시조를 익히는데는 쉽겠고 리듬이 어지간히 익어지면 시의 내면을 천착해 가는 것도 좋겠다. 그러나 사람에 따라서는 정반대의 경우도 있다. 리듬에 앞서 시의 깊이에 몰입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그런 다음 리듬을 익혀 가는 방법을 구사하기도 한다. 개성이 각기 다르듯이 시조를 익히는 방법도 상이하다.
요는 시와 리듬의 조화가 시조의 요체다.
『정원』은 외부의 풍정을 자기 내면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그같이 정리하고 소 화해 가는 과정이 아름답다. 신선한 이름을 가꾸고 나아가 햇살의 끄트머리에서 능금 볼에까지 댄다.
『환송』은 재회를 담은 이별이 곡 진한 서정 속에 미감을 자아낸다. 이를테면 시와 리듬의 요소가 잘 배합된 시조라 본다.
『시간』은「마음 비우기」의 한 과정을 포착하고 있다. 시와 시조는 이 같은 바탕 위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하겠다.『옛집』은 시를 포착하는 솜씨가 꽉 짜인 일면을 보게 한다. 그만큼 언어의 세련미와 압축이 돋보인다. 단수의 생명감이 이런데 있는 게 아닐까. <이상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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