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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배 과태료'… 공명선거 위해 불가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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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2004년 선거법이 개정되기 전까진 금품을 제공한 후보자만 처벌했다. 그런데 후보자들이 "자기 돈 쓰고 싶은 후보가 어디에 있느냐, 유권자가 요구하면 들어줄 수밖에 없지 않으냐"고 항의했다. 이유 있는 항변이었다. 그래서 개정안을 마련한 것이다. '금품을 받거나 요구하는 자'에게 50배의 과태료를 부과토록 의무화했다. 우리나라 법은 범의가 없으면 처벌하지 않고(형법 제13조), 받은 자가 자수하면 감면(공직선거법 제262조)하도록 돼있다. 그러나 과태료의 경우 범의는 물론이고 고의나 과실이 없어도 부과하고, 자수해도 감면하는 규정이 없다.

이번에 진해시 주포마을에서 일어난 과태료 사태로 개정 선거법이 금품 요구를 차단하는 효과는 매우 큰 것으로 입증되었다. 유권자들이 "공짜는 싫어"라며 손사래를 치는가 하면 "어떤 식사 모임에도 후보자의 참석을 거부한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번 사건을 조사하는 담당자로서 인간적 갈등을 겪었다. 쑥을 캐서 시장에 내다팔아 하루 2000~3000원을 번다는 70대 할머니에게 과연 법대로 과태료를 물려야만 하는 것인가 하는 고민에서다. 하지만 고질병을 고치기 위해선 극약 처방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혹 정말 억울한 사람이 있는 경우 이의신청과 과태료 재판 등 구제 절차를 안내할 방침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주지도 받지도 요구하지도 않는' 공명선거가 정착되길 바란다.

석종근 진해시선거관리위원회 지도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