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동의서 4단계 등급제 도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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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금융상품에 가입하기 위해 개인정보 활용에 동의할 때 가전제품처럼 4단계 등급제가 시행된다. 사생활 침해 우려가 큰 선택 항목에는 ‘매우 신중’,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는 항목은 ‘적정’이란 표시가 붙는 식이다.

금융위, 개인정보보호 내실화 방안 #사생활 침해 우려 크면 ‘매우 신중’ #신용정보법 고쳐 하반기 시행 추진

예컨데 ‘상품개발 및 연구에 개인정보 활용 동의를 하시겠습니까’란 선택 항목은 ‘매우 신중’이란 등급이 부여된다. 이 경우 개인정보를 다른 업체에도 제공하기 때문에 해당 업체에서 홍보메일을 보내거나 가입전화를 할 수 있어서다. 현재 냉장고·에어컨 같은 가전제품을 사면 에너지 소비효율을 1~5등급으로 구분한 표시가 붙어 있다. 1등급에 가까울수록 에너지 효율이 높다는 뜻이다.

금융위원회는 10일 ‘금융분야 개인정보보호 내실화 방안’을 발표했다. 정보동의 등급은 정보의 민감도와 사생활 침해 위험을 반영해 ‘적정’‘비교적 적정’‘신중’‘매우 신중’으로 구분된다.

금융위는 올 하반기에 신용정보법 개정을 추진하고, 은행·보험·증권 등 업권별 표준 양식을 만들 계획이다. 최준우 금융위 중소서민금융정책관은 “정보동의 등급제는 가전제품의 에너지효율 등급에서 착안한 것”이라며 “전문기관(금융보안원)에서 등급을 정해주고 소비자가 쉽게 판단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금융 소비자가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를 다른 곳에 보내는 개인정보 이동권도 생긴다. 예컨대 휴대전화 요금이나 국민연금 납부실적이 우수할 경우 이런 정보를 신용정보(CB)사나 금융회사에 정기적으로 제공하는 식이다. 이렇게 하면 개인 신용등급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금융거래 실적이 부족한 사회 초년생 등에게 유리하다고 금융위는 설명했다.

여러 곳에 나눠진 자신의 신용정보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본인신용정보 관리업체’도 생긴다. 이 업체는 고객의 소비패턴이나 위험성향 등을 파악한 뒤 맞춤형 금융상품을 추천할 수 있다.

어렵고 복잡한 정보활용 동의서는 읽기 쉽게 바뀐다. 현재는 금융회사 창구에서 금융상품에 가입할 때 직원이 형광펜으로 칠해준 부분에 고객이 이름과 날짜 등을 적기만 하는 경우가 많다. 금융위는 꼭 필요한 요약 정보 위주로 고객에게 알려주도록 동의서 양식을 바꾸기로 했다.

주정완·김정연 기자 jw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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