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총장 q고에 숙연해진 국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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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21일 오후 국회 문공위 회의실엔 문교부산하단체 현황보고를 위해 많은 간부들이나와있는 가운데 특히 눈에띄는 얼굴들이 있었다. 조완규 총장을 비롯, 이현구교무처장·민병수학생처장·김경동기획실장등 국회 분위기엔 생소한 서울대 보직교수들.
서울대의 현황보고는 조총장의 간단한 인사에 이어 이교무처장과 민학생처장의 차례로 이어졌다.
이교무처장은 국제수준으로발전하기 위한 서울대의 교육계획을 설명했고 민학생처장은 그동안 학원사태에 집중됐던 업무를 장학·복지·후생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을밝혔다.
민학생처장은 특히『입주과외가 학생들의 생활안정에 도움이 될것』이라는 개인적인소감피력에 이어 자연스럽게 지난달의 총장실 난입사태에 관한 설명으로 넘어갔다.
그러나 민처장의 설명은「총강이 직접 해야한다」는 의원들의 주장에 따라 중단되고 다시조총장이 나섰다.
『30여년 교육자 생활은 물론 서울대 개교이래 처음 벌어진 사태에 죄송하기 짝이없다』며 서두를 꺼낸 조총장은 조용하게 그동안의 경과를 설명해 나갔다.
조총장은 그동안 대학자율화를 위한 자신의 노력을 설명했고 학교와 학생들의 밀월시대-학생들이 자신을「존경하는 총장」으로 부르며 함께 공을 차고 줄다리기를 하던-를 강조했다.
그러나 학생들이 교수를 배신했다고 했다. 파괴의 현장을 본 교수들이「더이상 교수 안하겠다」며 울음을 터뜨렸다고 말하는 조총장의 목소리와 표정에선 감추지 못하는 걱정도 읽을수 있었다.
조용하지만 신념이 전달되는 조총장의 보고가 진행되는 동안 회의장은 숙연한 분위기였다.
허리굽혀 하는 인사와 미사여구가 없는 교수들의 보고를 경청하는 문공위는 달라진 국회의 신선한 정경으로 비쳤다.

<한천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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