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일부 고위층, 목숨과 같은 핵 포기할 리 없다 생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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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일부 고위 간부는 남북정상이 합의한 ‘판문점 선언’에 대해 회의적 반응을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대의 업적의 총체라고 할 수 있는 핵을 완전히 포기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전 판문점 평화의 집 2층 회담장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며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판문점=한국공동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전 판문점 평화의 집 2층 회담장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며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판문점=한국공동사진기자단]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은 평양의 한 소식통을 인용해 “최근 중앙의 일부 고위 간부 사이에서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물인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둘러싸고 회의적 반응이 나오고 있다”면서 이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한의 목숨과 같은 핵을 완전히 포기할 리 없다고 생각한다”고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소식통은 “북한 매체가 남북정상회담으로 인해 한반도에 통일의 문이 활짝 열린 것처럼 요란하게 선전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일부 고위 간부들은 노골적으로 하급 간부들에게 판문점선언에 대해 지나친 기대를 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식통은 또 “내가 잘 아는 중앙기관의 한 고위간부는 남북정상회담에 마냥 흥분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면서 “지금은 주민들이 통일 분위기에 도취해있지만 북남관계는 현실적으로 많은 장벽이 놓여있다고 주장했다”고 덧붙였다.

평양의 또 다른 소식통은 “고위 간부들 사이에서 김 위원장이 말하는 핵포기와 국제사회가 주장하는 완전한 핵포기는 의미가 다르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며 “외세를 몰아내고 조국을 통일하기 위해 핵개발에 매진해 왔는데 이렇게 힘들게 구축해 놓은 핵을 포기한다는 것은 북한 체제를 포기하는 것과 뭐가 다르냐는 반문도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한 간부는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여러 남북경제협력 사업이 무산된 바 있다”며 북한이 “핵포기와 인권문제를 절대 수용할 수 없기 때문에 판문점 선언도 무산될 가능성이 충분한 것으로 내다봤다”고 전했다.

이어 “특히 남한이 만약 판문점선언을 이유로 우리의 인권문제를 들고나올 경우 골치 아픈 일이 생기게 된다고 우려했다”면서 “우리는 핵포기와 인권문제를 절대 수용할 수 없기 때문에 판문점선언도 무산될 가능성이 충분한 것으로 전망했다”고 지적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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