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선언에 '우리민족끼리'가 빠졌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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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27일 남북관계, 평화, 번영과 관련해 13가지 항목에 합의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남북 철도ㆍ도로 연결 등도 포함됐다. 하지만 회담 이전에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내용 중 빠진 게 있다.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집 앞에서 공동보도문 발표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 판문점=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집 앞에서 공동보도문 발표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 판문점=공동취재단]

 우선 ‘우리민족끼리’라는 표현이다. 이는 2000년 6ㆍ15 공동선언(1항)에 담긴 내용으로, 이후 남북 합의문에 줄곧 포함됐다. 북한은 통일 및 남북관계에서 강령으로 삼고 있는 표현이기도 하다. 그래서 북한이 이 부분은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이가 많았다.

 그러나 막상 27일 발표된 판문점 선언에선 ‘우리민족끼리’라는 표현이 사라졌다. 대신 남북은 1-1항에서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 자주의 원칙을 확인했다”고 담았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자주는  7ㆍ4 남북공동성명에 들어간 내용 중 하나”라며 “우리민족끼리와 자주라는 의미가 같은 만큼 남북이 오래전에 맺었던 합의들을 복원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입장이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7ㆍ4 남북공동성명은 1972년 박정희 정부 때 남북이 합의한 것으로, 자주ㆍ평화ㆍ민족 대단결을 통일의 원칙으로 삼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가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꼽은 남북 기본협정 체결 문제도 공동선언에서 빠졌다. 문재인 정부는 “기존의 남북합의를 존중하면서 남북관계에 맞는 새로운 합의를 하기 위해 기본협정 체결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남북 기본협정은 1991년 남북이 합의한 기본합의서를 현실에 맞게 업그레이드하는 것으로, 국회의 비준을 받은 뒤 향후 남북관계의 틀로 만들겠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이와 관련 정부 당국자는 “국민적 공감대가 아직 형성되지 않았고, 국회와 협의도 이뤄지지 않아 추진하지 못했다”며 “향후 다양한 남북 간의 접촉을 통해 논의해 나간다는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인도적 지원이 공동선언에 없는 것도 다소 의외라는 평가다. 정부 당국자나 북한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에서 남북 경협문제를 포함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을 해 왔다. 북한의 연이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진행되고 있는 대북제재에서 한국만 이탈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그래서 비핵화가 진전돼 제재가 풀린 뒤 경협을 하고, 이번에는 인도적 지원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많았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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