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시간, 정시 아닌 '30분'에 맞춰진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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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남북 정상회담 장소는 南, 시간은 北?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정상회담을 위해 휴전선을 넘는 시간은 오전 9시30분이다. 또 의장대 사열과 기념식수, 산책, 환담 등 식전 행사를 마치고 오전 10시 30분 회담을 시작한다. 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인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정상회담 일정을 26일 공식 발표했다.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인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26일 정상회담 일정을 공개하고 있다.[사진 청와대 공동취재단]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인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26일 정상회담 일정을 공개하고 있다.[사진 청와대 공동취재단]

임 실장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회담 당일 오전 9시 30분 군사분계선 앞에서 기다리다 김정은을 맞이할 예정이다.

정전 이후 첫 북한 지도자의 휴전선 통과 시간과 회담을 시작하는 시간은 어떻게 정해졌을까.
정부 당국자는 “남과 북이 의전과 경호 실무회담 등을 통해 시간을 정했다”며 “정상들의 이동이나 배경과 관련해선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북한 전문가들은 정상회담의 시간 결정에 상징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에선 주요 행사의 경우 정시에 시작하는 게 일반적이다. 판문점 남측 지역에서 열린 대부분의 남북회담도 오전 10시에 시작했다. 또 국제적으로 개최지의 시간에 맞추는 것도 관례다. 그럼에도 이번 정상회담은 9시 30분, 10시 30분 등 ‘30분’을 기준으로 한 건 북한의 표준시간을 고려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원래 한국과 표준시간이 같았지만 2015년 8월15일부터 한국(서울시간)보다 30분 늦은 시각을 표준시간으로 바꿨다. 한국과 중국의 중간시간이다. 북한 표준시간대로라면 김정은이 오전 9시 휴전선을 넘고, 오전 10시에 정상회담을 시작하는 셈이다. 즉 북한 기준으로 하면 정시에 일정이 시작된다.

올해 들어 남북관계에 올인하다시피 적극적으로 나온 북한이 정상회담 장소는 남측 지역에서 하더라도, 시간만은 자신들에게 맞추겠다고 요구했을 수 있다. 한국이 북한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양보했을 가능성도 있다. 정부 당국자는 "실무차원에서 오간 얘기를 자세히 밝히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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