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드루킹 경제 책 허무맹랑…2000부 찍었다 다 폐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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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김동원씨가 2010년에 쓴 도서. [교보문고 캡처]

드루킹 김동원씨가 2010년에 쓴 도서. [교보문고 캡처]

8년 전, 『드루킹의 차트혁명』(2010년 3월) 출간에 관여한 출판업자들은 당시 드루킹 김동원(49)씨의 글들이 “허무맹랑했다”고 밝혔다. 이 책은 김씨가 2009년쯤 자신의 블로그 ‘드루킹의 정보창고’에 올린 경제·주식 분석 글의 정리본이다.

『드루킹의 차트혁명』출간한 출판업자 #"근거없이 달러 폭등 예견 등 신빙성 없었지만 #네티즌 관심 높아 책 내도 괜찮겠다 생각 #초판 2000부 일주일 만에 완판됐는데 #재판 2000부는 한 부도 안 팔려…판단 미스"

23일 『드루킹의 차트혁명』 출간에 관여했다고 밝힌 출판업자 A씨(48)씨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김씨가 블로그에 올린 글들은 대부분 ‘일목균형표’(주가 움직임을 나타낸 지표)에 분석·해설을 써놓은 식이었는데 아무 근거 없이 ‘달러가 폭등한다’고 예견하는 등 허무맹랑했고, 신빙성이 있어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드루킹 김동원씨(맨 오른쪽)가 강연장에 앉아 있는 모습. [중앙포토]

드루킹 김동원씨(맨 오른쪽)가 강연장에 앉아 있는 모습. [중앙포토]

김씨는 이 책의 출간 시기인 2010년 당시 온라인 상에서 ‘경제전문가’로 명성을 얻고 있었다.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경제·주식 분석글들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많은 관심을 받아서다. 김씨의 글은 사람을 끌어 모았다. 그의 블로그는 2009·2010년 시사·인문·경제 분야 ‘파워블로그’에 선정됐다. 여기에 2010년 경제 분석서를 쓴 저자가 됐다. 이런 명성은 경공모(경제적 공진화 모임)와 문재인 지지그룹인 경인선(經人先·경제도 사람이 먼저다)을 지금 같은 규모로 키울 수 있는 발판이 됐다.

A씨는 ‘글의 신빙성’ 보다는 네티즌들의 ‘높은 관심’을 더 눈여겨봤다. A씨는 “블로그에 방문하는 회원도 많았고, 드루킹이 올린 글들이 굉장한 호응을 얻고 있었다”며 “당시 네티즌들이 반응하는 것에 매력을 느껴 책을 내도 괜찮겠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쪽지’(블로그 상의 메시지)를 보내 출판 제안을 했고, 김씨도 이를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책을 낸 건 A씨가 아니다. A씨는 “사석에서 지인인 다른 출판사 대표 B씨에게 김씨 얘기를 했더니 관심을 보여 소개시켜줬다”고 말했다. 출판업자 B씨(49)는 “김씨를 출간 전후에 한 차례씩 만났다. 원래 친분이 있던 사이가 아니다”고 말했다. B씨도 A씨처럼 김씨의 글에 대해서는 비슷한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는 “주식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제대로 평가하기 힘들지만 김씨가 보내온 원고를 읽고 난해하고 어렵다는 생각을 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수년 간 경제 분야 도서를 중점적으로 낸 출판업체 대표다.

출간 직후 반응은 예상 외로 뜨거웠다고 한다. B씨는 “초판 2000부가 순식간에 팔려나갔다”고 말했다. 문제는 그 때뿐이었다는 점이다. 그는 “초판 인쇄 일주일 후에 재판 2000부를 찍었는데, 한 부도 팔리지 않아 모두 폐기 처분했다”며 “블로그의 일부 회원들만 사서 본 듯 하다. 당시 내가 판단 미스(실수)를 하고 말았다”고 말했다.

조한대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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