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같은 극적상황 전개|황주리의 동시 개인전을 보고|작업량도 압도적…풍부한 표정 아쉬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뉴욕 체류 1년동안 제작된 작품으로 두 전시장(서울갤러리 6.28∼7.3/진화랑 6.28∼7.9)에서 동시 개인전을 마련한 황주리전은 우선 놀라운 작업량이 압도감을 준다.
오늘의 화가란 단순히 손으로 그려내는 작업의 형식이 아니라 온몸으로 그리지 않으면 안 된다는 치열한 삶의 형식으로서의 인식을 일깨워주고 있다는 데서 그의 작업이 특별히 우리들에게 주는 감동은 크다.
80년대에 들어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두 개의 현상으로서 표현의 열려진 지평과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는 여류미술가들과 그들의 힘의 분출을 들 수 있겠는데 황의 경우는 이 두 현상을 아주 잘 대표해준다고 할 수 있을 듯하다. 우선 그의 작품의 기본적 톤은 서울에서의 작업의 연장이라고 할 수있지만 도형적인 요소가 훨씬 줄어들고 형태나 색채가 유연하면서도 투명성을 더해가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자동기술적인 표현의 색채가 강화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새롭게 선보인 세라믹에 의한 탈 역시 자동기술적 표현의 문맥위에 올려놓고 보아야하지 않을까 본다. 평면공간 속에 나타나던 일그러진 얼굴들이 탈이라고 하는 구체적인 입체물로 들어난 것이지만 그러한 일그러짐의 기본적 톤은 자동기술이라는 표현의 유연성과 확대로 보아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쩐지 평면에서의 자유로운 표현에 비하면 천차만별의 표정들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유형화를 드러내고 있음을 간과할 수 없을 듯하다. 오히려 더욱 단순화되고 표정없음에서 더욱 풍부한 표정을 드러내는 형상화로 진전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의 화면이 지니는 일종의 신명은 드러매틱한 장의 전개에서 찾을 수있다. 여러 차례 드라마가 있는 회화라고 지적한 바있지만 이번 작품들에선 더욱 그러한 드라마로서의 극적 상황전개가 커다란 감동의 여울을 만들어놓고 있다. 드라마란 진행되어 가는 것이다.
그렇듯 이들 작품속엔 완료된 사건이 있는 것이 아니라 지속되는 장의 펼침이 있다. 아마도 그의 작품이 갖는 매력은 그림이나 보는 이가 다같이 살아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에서 찾을 수있을 것 같다. 아쉬움이라면 그러한 작품의 내면성을 진열의 효과에서 살려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전시장 전체가 하나의 무대로서의 박진감으로 연출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오광수<미술평론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