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본격 핵 지우기 나서나 …노동당 전원회의 소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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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0일 노동당 전원회의(7기 3차)를 소집한다고 19일 발표했다. 당 전원회의는 당과 관련한 주요 문제들을 토의 결정하는 회의체다.(당 규약 24조)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언론들은 “(당 정책 결정 회의체인) 정치국 결정서가 전원회의를 소집하는 결정서를 18일 발표했다”고 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노동당 위원장)이 정치국 회의를 소집해 전원회의를 열기로 했다는 것이다.

2016년 5월 당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는 김정은 국무위원장(당 위원장) [중앙포토]

2016년 5월 당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는 김정은 국무위원장(당 위원장) [중앙포토]

 이번 전원회의는 지난해 10월 7일 7기 2차 전원회의를 개최한 지 6개월 만이다. 북한은 “전원회의를 1년에 1차례 이상 연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6개월여 만에 전원회의가 열리는 것은 다소 이르다는 평가다. 또 지난 9일 정치국 회의(당 정책 결정 협의체)를 열었던 북한이 9일 만에 다시 정치국 회의에서 전원회의를 소집했다는 점에서 뭔가 당 정책의 중대하고 급박한 변화가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도 이날 전원회의 의제와 관련해 “중대한 역사적 시기의 요구에 맞게 새로운 단계의 정책적 문제들을 토의 결정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북한이 지난 9일 정치국 회의를 열고 현안 문제를 논의한 뒤 투표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9일 정치국 회의를 열고 현안 문제를 논의한 뒤 투표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남북 정상회담이나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핵과 관련한 노선이나 정책 변화를 조심스레 전망하고 있다. 특히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 내정자가 최근 평양을 방문한 직후 전원회의가 열린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은 “한국이나 미국과의 정상회담에서 가장 핵심되는 의제는 비핵화”라며 “북한이 폼페이오 등과 협의한 내용을 토대로 핵과 관련한 노선 변화를 내놓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부 당국자는 “폼페이오 내정자와 협의를 한 뒤 북한이 뭔가 중대한 결심을 했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려는 차원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지난해 10월 7일 노동당 전원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해 10월 7일 노동당 전원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그래서 북한이 기존에 강조해 왔던 경제-핵 병진 노선이나 핵 무력 건설 강조의 입장을 조정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비핵화의 사전 조치로 '핵 흐리기' 또는 '핵 지우기'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6년 10월 7차 당 대회 때 핵 무력 건설을 기본 노선으로 제시했다. 그는 당시 연설에서 “병진(경제-핵) 노선은 항구적으로 틀어쥐고 나가야 할 전략적 노선”이라며 “핵 무력을 중추로 나라의 방위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고려하면 김정은이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나 시진핑 국가주석과 면담에서 언급한 비핵화 의지는 당의 노선과 배치된다. 따라서 비핵화 조치를 하려면 당 전원회의 등에서 뭔가 설명을 하며, “현 시기에 맞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내부적인 노선(정책)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북한이 최근 개최한 김정은 추대 6주년, 최고인민회의(이상 11일), 김일성 생일 중앙보고대회(14일) 등 각종 기념식에서 핵 무력이란 표현을 일절 사용하지 않고 있는 점도 이런 전망을 뒷받침한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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