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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들도 우정이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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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관포지교(管鮑之交)의 우정은 요즘 같이 불신의 시대에서 살고 있는 우리에게 무한한 감동을 준다. 후에 관중이 명재상(名宰相)이 되었을 때, 그는 모든 것을 친구인 포숙아의 공으로 돌렸다.

"내가 어릴 적 포숙아와 함께 장사를 할 때 이익의 분배를 내가 포숙아보다 더 많이 가져갔으나 그는 나를 탐욕스럽다고 여기지 않았다. 나의 가난을 이해해 주었기 때문이다. 벼슬길에 올라 많은 실수를 했지만 그는 내가 때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위로하였다. 포숙아와 함께 전쟁터에 나갔을 때 나는 세 번이나 도망쳤지만 그는 내가 집에 연로한 어머님이 계시기 때문이라고 변론해 주었다. 또 나와 포숙아가 제나라의 두 공자인 규(糾)와 소백(小伯)의 사부가 되었다가 내란에서 규를 모시던 내가 소백에게 패하여 참수형의 위기에 처했을 때 그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그는 나에게 재상 자리까지 물려주어 내가 이 자리까지 올 수 있도록 하였다." 관중의 말이다.

이러한 우정을 개미에서도 볼 수 있다. 대다수 종류의 개미들은 먹이를 발견하면 자신이 먹어치우지 않고 집에 있는 동료 개미들을 위하여 모이주머니에 일시적으로 저장하였다가 집에 가서 토해 동료에게 먹여준다. 자신보다 동료를 먼저 생각하는 우정이 눈물겹다. 사람들은 이들의 먹이 먹여주는 장면을 처음에 목격하고 이들이 키스하는 것으로 착각하였다. 개미들이 몸을 일으키고 서서 입을 마주대고 있는 것을 보았으니 그렇게 생각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개미가 이 사실을 알았다면 인간의 자의적 사고가 얼마나 한계를 가지고 있는가에 대하여 고소(苦笑)를 금치 못하였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들은 모두 암컷이며 더욱이 동성애자들도 아니기 때문이다.

먹이를 발견한 개미들은 페로몬으로 주위의 개미에게 먹이가 있다는 것을 알린다. 개미들은 먹이를 먹은 후 임시 저장소인 모이주머니에 일단 저장하여 둔다. 집에 돌아온 후 먹이를 제공하는 개미와 받아먹는 개미는 처음에 더듬이를 맞대고 의사소통을 한 뒤 앞다리로 서로 붙잡고 일어서서 입을 마주 댄다. 제공자 개미가 근육을 움직여 모이주머니에 있는 액체 상태의 먹이를 토한 후 상대방의 입에 넣어준다. 모이주머니와 자신의 위는 격막에 의해 분리되어 있다. 하등한 개미에서 이 두 기관은 매우 단순한 격막으로 분리되어 있지만 진화된 개미는 격막과 펌프를 가진 발달된 위를 가지고 있다. 모이주머니는 자신을 위한 위(胃) 바로 앞에 있으면서 먹이를 임시 저장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사회성위(社會性胃)라고 불린다.

먹이를 먹을 때 자신을 위하여 먹을 것인가, 동료를 위하여 먹을 것인가 생각하면서 먹어야 이런 일이 가능하다. 바로 모이주머니 다음에는 자신을 위한 위가 있고, 이 위는 사회성위와는 단순한 격막으로 나눠져 있을 뿐이다. 맛있는 음식을 자신의 위로 보내지 않고 어떻게 남을 위해 임시 저장소에 저장시킬 수 있을까. 그야말로 이타적.헌신적 동료애다. 개미학자들은 개미의 이러한 불가사의한 행동에 대하여 많은 연구를 하고 있지만 아직도 정확한 기작(機作.작동원리)에 대하여는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우리는 지금 불신의 시대에 살고 있다. 박경리의 소설 '불신 시대'에서 주인공 진영은 전쟁에서 남편을, 의사의 무책임으로 아들을 차례로 잃고 살려고 발버둥치지만 가는 곳마다 배신만 당한다. 최종 선택한 종교에서의 배신감은 진영을 절망으로 이끌고 간다. 이 주인공이 바로 우리의 이웃인 것이다. 개미들이 인간의 이러한 이전투구의 삶을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나보다 동료를 먼저 생각하는 개미의 진정한 우정이 부럽다.

김병진 원광대 교수.곤충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