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 기형 발생율 35% 여드름 치료약, 복용 임신부 50% 임신중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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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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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중에 복용하면 태아에 기형을 유발하는 여드름 치료약이 무분별하게 유통되고 있어 임신부와 태아를 심각한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임산부약물정보센터는 1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태아기형유발 약물인 이소트레티노인 등의 관리를 위한 임신예방프로그램 도입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발제를 맡은 한정열 단국의대 제일병원 산부인과 교수(임산부약물정보센터 이사장)는 “중증 여드름 치료약의 성분인 이소트레티노인은 임신부가 복용하면 35%에서 기형이 발생하며 안면기형, 신경결손, 심장기형 등을 유발한다. 기형이 발생하지 않아도 60%에서 정신박약을 유발하는 매우 위험한 약물이다. 또 임신한 경우 20%가 자연유산을 하며, 이 약을 복용한 임신부의 약50%가 임신중절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고 지적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17년 6개월간의 분석자료에 의하면 보험에 의한 이소트레티노인 처방 조제건수는 2만5522건, 환자는 2만1867명이었다. 비보험 진료의 경우조제건수가 17만2636건, 환자 14만7862명으로 나타나 비급여 처방이 보험급여 적정 처방의 6.8배에 달했다. 한 교수는 “허가사항 외의 오남용으로 인한 부작용의 위험이 상당히 클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에 더해 온라인상에서 버젓이 불법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을 정도로 쉽게 구할 수 있어 관리 문제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임산부약물정보센터에 의하면 지난 10년동안 900명 이상의 임신부가 이소트레티노인에 노출된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2010년4월~2016년7월) 2만2374명의 임산부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임신 중 이소트레티노인에 노출된 임산부는 650명(2.9%)로 나타났으며, 복용 나이는 29세에서 정점을 이뤘다. 1인당 평균 18일을 복용하며 길게는 10년이상 복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교수는 “이소트레티노인의 반감기를 고려하여 사용 중단 후 30일 이후 임신을 권장한다. 사용 중단 후 30일이 지나 안전한 시기에 임신한 경우는 137명(21.1%)이었고, 피임을 권장하는 기간인 사용 중단 후 30일 이내에 임신이 되어 위험에 노출된 임산부는 104명(16.0%), 그리고 임신 중 복용한 임산부는 409명(62.9%)으로 나타났다. 전체의 약 80%가 태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시기에 복용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 출생아 1만명 당 3명의 임신부가 이소트레티노인에 노출되는 것으로 태아 건강은 물론 이로 인한 불법 임신중절(임신 중 노출되는 경우 50%가 임신중절)로 임신부의 신체적ㆍ정신적 건강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초저출산 극복을 위한 정부의 안전 망 구축에도 커다란 구멍을 보이며 발목을 잡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이 약물의 규제를 위하여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소트레티노인 복용 가임 여성의 피임을 위한 위해성관리프로그램을 제조 판매원인 제약회사에 맡기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00년대 초반부터 임신예방프로그램을 통해 처방의사에 의해 환자를 등록하고 패스워드를 발급받고, 지정된 약국의 약사에 의해서만 이소트레티노인을 구입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다. 약물 복용 중 이중 피임과 복용 전후 임신여부검사를 필수로 권고하고 있다. 이소트레티노인 임신예방프로그램은 미국 외에도 유럽연합과 영국, 호주 등의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를 주최한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대한민국 가임여성과 태아 모두를 위험에 빠뜨리고도 남을 만큼 시중에 무분별하게 유통되는 태아 저격용 총탄이라 할 수 있는 이소트레티노인에 대한 법적 제제와 관리가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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