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미국은 평양 연락사무소 설치, 북한은 핵실험장 폐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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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10일 서울이코노믹포럼에서 5월 말 또는 6월 초로 거론되는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미국은 평양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고,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하는 등의 선행 신뢰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미 정상회담 후 3개월 이내”라는 시점도 제시했다. 이어 남북 정상회담도 이달 27일 이후 “가능하면 8~10월 사이 연내에 한 번 더 개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단이 북·미 대화를 이끌어낼 것이라는 점을 정확히 예측해 ‘족집게’라고도 불린다.

“북·미회담 석 달 내 대담한 조치를” #클린턴 정부 때 대북 대화한 페리 #“비현실적 기대 가지면 협상 실패”

27일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정부는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정착을 핵심 의제라고 밝혀 오고 있으나 이 전 장관은 비핵화 문제는 실질적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대신 뒤에 이어지는 북·미 정상회담으로 공이 넘어갈 것으로 봤다.

윌리엄 페리 전 미 국방장관

윌리엄 페리 전 미 국방장관

그는 “비핵화와 관련해 북한이 양보할 수 있는 큰 합의가 있다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내놓을 것”이라며 “남북과 북·미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리기에 희망이 있지만 그 희망이 오히려 (남북) 정상회담의 성과를 제한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대담한 합의를 하도록 설득하면서 가교를 놓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미 정상회담 성공을 견인한 뒤 정부가 8~10월 사이에 다시 남북 정상회담을 제안해 경제협력 등을 제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그는 “(연내 두 번째 남북 정상회담에선) 남북 공동 번영을 위한 한반도 맞춤형 구상을 전달하고 합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27일 열릴 남북 정상회담에선 대신 평화체제 구축 및 군사 긴장 완화에 집중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창의적 해법이 중요하다”며 “비무장지대 안의 경계초소들을 남북이 모두 철거하자는 등의 대담한 주장도 제안해 볼 만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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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 논의의 핵심인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이 전 장관은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비핵화가 다르지 않다”며 “김정은은 핵을 포기하는 대신 북한 노동당 통치하에 수십 년의 고속 경제성장이 가능하다는 판단하에 핵과 체제 보장을 교환하자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는 윌리엄 페리 전 미 국방장관도 함께 했다. 페리 전 장관은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이던 1999년 평양을 전격 방문한 뒤 이듬해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는 대신 국제사회가 북한 체제를 보장해 준다는 ‘페리 프로세스’를 고안했다.

페리 전 장관은 이날 포럼에서 “협상에서 유용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겠지만 즉각적인 비핵화 달성은 어려울 것”이라며 “협상을 시작할 때 비현실적 기대를 가지면 실패로 끝날 수 있다는 게 두렵다”고 말했다.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그는 “이 회담 자체가 얼마나 어렵고 복잡한 것인지, 해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리고 복잡한지, 각자의 기대치가 얼마나 다른 것인지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즉각적 성공을 노리면 안 된다. 이 프로세스는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수진·박유미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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