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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능력개발 지원책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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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먼저 이 법안이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다. 최대 사용기간인 2년이 도래하기 전에 기업이 근로자를 교체한다는 것이다.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의 속성상 개연성을 부정할 수 없다. 기업의 합리적인 인력운용이 요청되는 대목이다.

다음은 일부 노동계에서 주장하는 기간제 근로에 대한 사용사유 제한 문제다. 비정규직 확산을 막기 위해선 프랑스 등 일부 국가에서 도입하고 있는 사용사유 제한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사용사유를 제한해 비정규직이 줄었다는 증거는 없다. 고용규제가 강한 프랑스는 15%, 스페인은 32%인 반면 규제가 거의 없는 미국은 4%, 아일랜드는 4.7%, 영국 6.7% 등으로 비정규직 비율이 현저히 낮다. 우리의 경우 사용사유 제한(입구규제)보다는 기간제한(출구규제)을 하되 불합리한 차별을 해소하는 것이 더욱 합리적이다.

셋째는 우리나라 비정규직 법이 담고 있는 내용.보호수준 등이 비정규직을 줄이지 못하면서 기업에는 부담만 준다는 주장이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중 비정규직에 대한 규제가 없는 나라는 미국.일본 등 10여 개국이다. 우리도 현재는 이 범주에 속한다. 선진국은 치열한 국제경제 환경으로 노동유연성이 강조되면서 비정규직이 늘자 합리적인 규제를 해 나가는 추세다. 독일은 2년, 네덜란드는 3년으로 기간제한을 하고 있다. 비정규직 법의 보호 내용이 기업에 부담을 줄 수 있지만 선진국의 입법례와 우리 기업 여건 등을 감안하면 합리적인 수준이다.

마지막으로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는가의 문제다. 이를 위해선 비정규직 입법을 조속히 마무리 짓고 비정규직의 능력개발을 지원하는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번 법안은 비정규직 근로자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다. 일단 희망의 씨앗을 뿌리고 나서 정부와 노사가 열매를 맺도록 노력하자.

김인곤 노동부 비정규직대책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