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지병 때문…레이건 집권말기 공백 커져|보크 대법판사 임명동의 실패로 성가하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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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워싱턴=한남규 특파원】「하워드·베이커」미백악관비서실장이 7월1일자로 사임한다.
「베이커」는 그동안 수차「레이건」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1월까지 백악관에 머무를 것이라고 말해왔다.
그의 사임은 부인의 지병 때문이다. 암수술을 받고 고향인 테네시주에 입원해있는 부인 때문에 그는 상당기간 1주일에도 몇차례씩 워싱턴과 테네시주를 왕복해왔다.
사임이 너무 급작스러워서인지 항간에는 「부시」대통령후보의 러닝메이트로 나서기 위한 것이란 소문도 한때 나돌았었다.
그가 개인적 사정으로 사임한다하더라도 그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있는 「레이건」대통령에게는 적지않은 동요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67년이래 남부 테네시주 상원의원으로 8년간 공화당총무를 역임한 후 백악관 주인을 꿈꾸던 「베이커」가 백악관 주인대신 비서실장을 택한 배경을 놓고 구구한 설도 많았다.
출마를 계속 고집했으면 공화당지명을 얻을수도 있고 그 자신「레이건」에게 절대 꿀릴 것 없는 전국적인 정치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실제로 권력에 집념이 강하지 못했고, 후보경쟁에서 물러서기 위한 체면유지방안을 찾고 있었다는 설도 있었다.
비서실장으로서의 첫 주요역할은 의회의 대이란·콘트라 압력을 요리하는 것이었지만 「로버트·보크」대법원판사의 의회임명동의 좌절은 그의 성가를 크게 떨어뜨렸다. 그러나 대체로 총3백25명에 이르는 백악관참모진의 관리자로서보다 「레이건」의 최고 정치보좌역 내지 대변인으로서 역량을 발휘했다.
후임인 44세의 「케네드·듀버스틴」비서실차장은 관리자의 역할로 「레이건」잔여임기를 채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찮아도 「레이건」시대가 끝나가면서 참모진의 탈백악관현상이 늘고 있던 터에 거물급 비서실장마저 나가버려 집권말기의 대통령주변공백이 더 커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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