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검찰의 MB 구속영장 청구, 법원이 냉철하게 판단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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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검찰이 어제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소환 조사가 끝난 지 나흘 만의 일이었다. 과거의 사례에 비춰 볼 때 빠른 결정이었다. 망설임이나 고민이 그만큼 적었음을 의미한다.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면 전 대통령과 전전(前前) 대통령이 동시에 수감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게 된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전직 대통령이라고 해서 면책이 될 수 없다. 검찰이 권력형 비리를 파헤치는 것은 박수를 받아 마땅한 일이다. 그런데도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적지 않은 국민이 불편한 마음으로 지켜봐 왔다. 동기와 과정이 법치의 원칙에 부합하느냐는 의문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전 대통령 수사는 반년 넘게 주변 인물들을 샅샅이 조사하는 저인망식으로 진행됐다. 그래서 표적 또는 보복 수사로 규정하는 국민도 많다. 검찰이 과거에 두 차례 벌인 다스(DAS) 실소유주 의혹 수사와 이번 수사의 결론은 정반대다. 살아 있는 권력과 죽은 권력을 대하는 검찰의 태도는 너무 다르다.

도주 가능성이 없는 전직 대통령을 구치소에 가두는 것이 과연 옳으냐는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때도 불거진 논란이다. 검찰은 ‘구속=유죄’ ‘불구속=무죄’처럼 간주하고 있고, 법원의 영장 발부 준거도 애매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국민 정서법’ 같은 법치 외의 요소들이 개입할 여지가 생긴다. 비단 전직 대통령 수사 때만이 아니라 국민이 주목하는 대형 사건 때마다 등장하는 논란인데 검찰과 법원 모두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는 게 문제다. 이제 이 전 대통령 구속 여부는 영장실질심사를 맡은 판사에게 달렸다. 오로지 증거와 양심에 따라 냉철하게 판단해 주기를 주문한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특혜가 금물이듯 과도한 인신 구속도 바람직하지 않다. 법원이 범죄 사실의 소명 정도, 구속 시 제약될 피의자의 방어권 등을 살피며 숙고해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