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될 행동 안 했지만” … 민병두, 미투 폭로에 현역 의원 첫 사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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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4호 06면

민병두(사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일 자신을 겨냥한 미투(#MeToo) 폭로가 나오자 의원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역 의원으론 미투 관련 첫 사퇴다. 앞서 뉴스타파는 여성 사업가 A씨의 ‘피해 사연’을 보도했다. 2007년 히말라야 여행을 갔다가 민 의원을 알게 됐으며, 이듬해 5월 간단히 맥주를 마신 뒤 노래주점에 갔다가 블루스를 추는 과정에서 민 의원이 강제로 키스했다는 의혹이다. 민 의원은 이에 대해 “문제 될 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기억한다”며 “제가 모르는 자그마한 잘못이라도 있다면 항상 의원직을 내려놓을 생각을 갖고 있었고, 이에 저는 의원직을 내려놓겠다. 그리고 미투 운동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여의도까지 번진 미투 태풍 #국회 직원·보좌진 페북 ‘대나무숲’ #“나도 당해” 갖가지 폭로 쏟아져

 ‘미투 운동’ 바람이 국회를 비롯한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민 의원 관련 보도 외에도 10일 국회 직원·보좌진의 페이스북 페이지인 ‘여의도 옆 대나무숲’에는 의원실 인턴과 비서 등으로 일하는 동안 국회의원이나 보좌관 등으로부터 성희롱이나 성폭행을 당했다는 입장 표명이 이어졌다. 대학원 졸업 후 6개월가량 의원실에서 인턴 생활을 했었다는 B씨는 “아빠보다 더 많은 나이인데도 여념치 않고 (중략) 보는 눈이 많으니 차를 마셔도 호텔에서 봐야 한다며, 심지어는 소변보는 영상을 찍어 보내줬던 그 변태 같던 사람(의원)을 잊지 못합니다”고 썼다.

 2012년 총선 때 서울 지역구의 한 의원실에서 인턴을 했던 C씨는 선거운동 기간 중 같은 의원실의 보좌관에 의해 성폭행을 당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선거운동을 위해) 보좌관의 차를 타고 이동하곤 하였는데, 그러던 중 하루는 보좌관이 직원들이 숙소로 쓰는 곳에서 자신을 성폭행하려 했으나 싫다는 의사를 분명히 해 성추행에 그쳤고 다음 날 보좌관의 차에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저는 너무 어렸고 무지했으며 자기 자신을 지킬 줄 몰랐고 그가 굉장히 좋은 분이라고 생각해 더욱 괴로웠다”며 “(해당 보좌관이) 타인에게 씻지 못할 상처를 주었다는 사실을 평생 되새기며 속죄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마친다”고 했다.

 20여 년 전 대학 졸업 후 국회의원 비서로 근무했다는 D씨는 의원실 내 보좌관이 남들이 보지 않을 때 뒤에서 껴안거나 엉덩이를 만졌다는 글을 올렸다. 이 보좌관은 도망가려는 자신을 힘으로 제압한 뒤 강제로 키스까지 했다고 했다. 일부는 ‘우리는 터치는 있었지만 성폭력은 없었다’는 박순자 자유한국당 성폭력근절대책특별위원장의 발언에 분노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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