皇帝<황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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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4호 29면

漢字, 세상을 말하다

‘황제(皇帝)’라는 명칭이 중국에서 처음 쓰인 건 진시황(秦始皇) 때부터다. 기원전 221년, 6국을 멸하고 중원을 통일한 진(秦)의 왕 영정(嬴政)은 천하를 제패한 자신의 공덕을 찬양하고 권위를 세우기 위해 ‘황제’라는 존칭을 만들어냈다. 자신의 공(功)이 ‘삼황(三皇)’에 버금가고 덕(德)은 ‘오제(五帝)’를 능가한다며 ‘삼황오제’에서 황(皇)과 제(帝) 두 글자를 취했다. 짐(朕)도 황제의 존칭이 됐다. 짐은 사실 상고시대엔 귀족이나 천민 가릴 것 없이 모두 다 자신을 칭할 때 사용하는 말이었는데 진시황이 자신을 ‘짐’이라 일컫게 되면서 그 혼자서만 사용하는 용어가 됐다.

 황제를 뜻하는 말로 ‘폐하(陛下)’에서 폐(陛)란 계(階) 즉 계단과 서열을 의미한다. 신하는 계단 아래에서 천자에게 고해야 하니 천자를 존경한다는 뜻에서 황제를 칭하는 말이 됐다. ‘상(上)’ 역시 황제를 가리키는 용어로 쓰였다. 때로는 ‘상’ 앞에 ‘성(聖)’이나 ‘황(皇)’을 덧붙여 ‘성상(聖上)’이나 ‘황상(皇上)’이란 말로 황제를 불렀다. 황제는 청(淸)의 마지막 황제 부의(溥儀)가 1911년 신해혁명(辛亥革命)에 의해 쫓겨나기까지 2132년 동안 중국을 통치했다. 1916년 원세개(袁世凱)가 잠시 자신을 황제란 칭한 적이 있지만 신해혁명 이후 중국은 왕정에서 벗어나 공화정(共和政)을 추구해왔다.

 한데 21세기 중국에서 황제 소리가 다시 들린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헌법 개정을 통해 국가주석의 임기 제한을 없앤 게 발단이다. 이제까지 국가주석의 임기는 5년씩 두 번, 즉 10년만 할 수 있었다. 한데 그 제한을 철폐해 이론상으론 무한정 가능하게 했다. ‘시진핑이 황제를 꿈꾼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물론 시진핑이 황제 제도를 부활할 리는 없지만 장기 집권 추진은 분명하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강한 리더가 필요하기에 생긴 헌법 개정이라고 옹호하지만, 역사의 퇴행이라 여겨진다. 황제는 죽어야 비로소 은퇴할 수 있다는데 시진핑이 과연 언제 대권을 넘기려 할지 두고 볼 일이다.

유상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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