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국 (정치부 기자)대화·타협은 구두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각 정당이 앞다투어 대화·타협을 강조하던 13대 국회가 개원협상단계에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야3당 총재들이 18일 회동에서 양심수석방 특별입법을 주장하고 5개특위를 개원국회에서 설치키로 합의하자 민정당은 「초헌법적 발상」운운하며 발끈하고 나서 서로 상대방 비난이 한창이다.
민정당측은 야당측의 주장이 국회법에도 맞지 않고 관행에도 어긋나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국회법에 따르면 대통령이 소집한 국회는 대통령이 정한 의안만 처리해야하며 상위구성도 안된 상태에서 특위구성부터 하는 것은 개원국회의 성격에도 맞지않고 선례도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지난해 개헌과정에서 5공화국헌법의 83조5항 「대통령의 요구에 의하여 집회된 임시국회에서는 정부가 제출한 의안에 한하여 처리하며…」라는 조항이 삭제됐다.
이렇게 상위의 헌법이 바뀐 판에 민정당측이 애써 아직 고쳐지지 않은 국회법을 들춰가며 이러쿵 저러쿵하는 것은 구차한 트집에 지나지 않는다.
개원국회의 관행이라는 것도 맞질않다.
지난85년 40여일의 진통끝에 소집된 12대개원국회만 하더라도 회기가 30일이고 원구성외에도 각당대표연설·대정부질문뿐 아니라 각종 의안까지 처리했었다.
4당 모두 선거과정에서 「과거의 비리가 있다면 과감히 청산하겠다」고 주장했었다.
이렇게 구차하게 법률해석에 매달리는 민정당을 보면서 정말 5공화국과 단절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하게 된다.
야당측도 3김회담 합의 내용이니까 여당과 아무런 협의없이도 국회서 강행 통과시켜야 한다고 생각해서는 안될것이다.
국정에 함께 책임을 지는 정치에서 필요한 절차는 지키는 금도가 필요할 것이다.
한쪽은 권력을 쥔 정부·여당이라고, 다른쪽은 국회에서 다수의석을 확보했다고해서 서로 밀리지 않겠다고 오기싸움을 벌이는 것을 보면 며칠전까지도 각당 수뇌들이 강조해온 대화와 타협의 정치는 구두선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