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구조 조정위 본격활동에 착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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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경제민화위」라고도불리는 경제구조조정 자문위가 9일부터 분과위별 토의를 시작하면서 본격적인활동에 들어갔다.
이 위원회는 애초 그 발상이 청와대쪽에서 시작됐고 사무국이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설치된데다자문위원 위촉도「구색 갖추기」에 치우친 면이 있어 정부정책을 합리화시키기 위한「들러리 기구」가 아니냐는 시큰둥한 반응을 얻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9일 KDI에서열린 국제화대책분과위와 국민생활향상분과위의 첫번째모임은 각각 흑자기조와 의보제도를 다루면서 회의진행 일정에 대해 근본적인이의가 제기되기도 하고 학자간에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기도 하는등 매우 진지한 분위기를 보였다.
○…사무국측은『오늘은 첫날이라서 그렇지 앞으로는 모든것을 위원여러분이 결정하고 우리는 그 심부름만 할것』이라고 새삼 다짐했는가 하면『이 위원회가 어떤 결론을 내지 못할지라도 토의과정이 정말로 정책결정의 중요한 프로세스가 되어야 한다』『정부에 대한 건의를 염두에두고 기록을 위해 이 말을 남긴다』는등 위원들의발언이 잇달았다.
○…이날 흑자기조를 다룬 국제화대책분과위에서 양수길 KDI연구위원은『우리의 흑자기조가 정착되긴했지만 86∼87년의 흑자규모는 3저현상에 따른 일시적인 것이므로 흑자수준은이미 정점에 이르렀고앞으로는 점진적 하락세를보일 것』이라고 진단하고『그러나 그같은 자동조정에 경상수지 흑자를 맡길수는 없으므로 우리는 GNP의 1% 수준에서 흑자규모를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를 위해서는 국제화와 개방을 추진하되 내수확대와 함께 농업구조조정, 농산물개방에 따른 보완·지원이 병행되어야 하고 금리인하나 특정산업조정지원제도도 검토할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우리가 일본의 대행수출을 하는 것이아니냐, 흑자의 질도 생각해봐야 한다』(김성훈 중앙대교수),『과거의 극대화 일변도에서 이제 균형화가 발상의 전제가 되어야 한다』(홍문신 KIET원장),『경제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세계는 개방추세에 들어가있지만우리 스스로의미성숙으로 인해 경제적 개방은 필연적으로 정치적 갈등이 될수 밖에 없다』(김진현 동아일보 논설위원실장)는등의 발언이 있었다.
한편 의보제도를 다룬 국민생활향상분과위에서는 활발한 토론이 있었지만 특히 통합주의를 주장하는 김영모 중앙대교수와 대규모조합주의를 주장하는 연하청 KDI 연구위원간의 논쟁이 치열했다.
위원회 사무국측은 다음주부터 공청회도 진행시킬예정인데 재야는 물론 학생대표들도 참여시킬 계획이어서 사뭇 다른 여러 목소리들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또 매주마다 3개 분과위가 토론을 갖고 매달말에는 전체회의를 갖는 방식으로 회의가 진행되는데앞으로의 회의주제들중에는「국제화는 종속인가」「OECD가입의 이해득실」「소득분배」「농업구조조정」「북방정책의 현황과 전망」등최근 우리사회의「핫 이슈」가 되는 문제들이 거의다들어있다. <김수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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