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민당의 새로운 변신|고도원 <정치부 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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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총선 직후 평민당이 일반의 예상과는 달리 제1야당으로 뛰어올라 한창 축제분위기에 젖었을 무렵, 김대중씨는 국내의 한 대기업 회장이 보낸 화분을 보고『세상 많이달라졌다』고 웃은 적이 있다.
그가 어제(9일) 평민당의 새로운 부총재단등과 언론사를 방문, 편집국 기자는 물론 공무국직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고맙습니다』고 인사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세상이 많이달라졌다』고남다른 감회를 느낀 사람들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오래된 기자들은 김대중총재의 언론사 방문이 71년 대통령선거때 이후, 그러니까 거의 20년만에 처음 이뤄진 것으로기억하고 있다.
한때 포니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비아냥을 들었던 우리나라 정치의 양에 최근들어「신선한 변화」들이 일고 있음을 보여주는 모습들이다.
그런 변화는 평민당에서 특히 두드러져 보인다. 종전의 거의 살벌하다싶을 정도의 분위기에서 화기로운 분위기로 바뀐, 외양상의 연화뿐만이 아니다.
김원기신임총무는 취임 일성으로『여당이 국회의장(김재순)에 대안이 없다면 개인적으로는 국회가 처음부터 파국으로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해짐짓 주위를 놀라게 했다. 당분위기와는 전혀 상반된, 뜻밖의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김총재의 총선후 일성인『전부 아니면 전무의 투쟁시대는 끝났다』는「온건발언」과 선을같이하는「유화발언」이 아닐까 싶다.
김총재는 때때로 노태우대통령이스스로 약속한 민주화에 태만하다고 지적하면서 기껏 원탁회의니 청와대앞길 개방따위로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고 비난하곤했다.
그러면 많은 국민들은 제1야당총재의「달라진 모습」에서 어떤 변화의 조짐을 읽었을까.
문제는 그런 외양의 문제, 곧「온건발언」이나「정치적 제스처」에 있지않고 이를 내실로연결지으려는의지가 있느냐, 그리고 그것을 실제로 입증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느냐는 것일게다. 멀지않아 3김회담, 1노3김회담등이 열릴 전망이다. 변화의 내실이 입증될 기회가 아닐수 없다. 웃으면서 사진이나 한장 찍고 뒤돌아서서는 서로 비난하고 책임전가나 하는 옛모습을 버리고 국민에게 또한번의「신선감」을 느끼게하는, 내실 있는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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