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대통령 욕한 죄로 킹 여사 영결식에 못 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8면

미국 흑인 가수로 '칼립소(서아프리카 흑인 노동요에 기원을 둔 음악)의 제왕'으로 불리는 해리 벨라폰테(79.사진)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악연이 자꾸 쌓이고 있다.

벨라폰테는 고(故)마틴 루터 킹 목사와 부인 코레타 스콧 킹 여사와 친분이 두터운 사이였는데도 지난달 7일 애틀랜타의 한 침례교회에서 열린 킹 여사의 영결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벨라폰테는 그 이유를 "부시를 욕한 죄"라며 부시 대통령 탓으로 돌렸다고 미 언론 '데모크라시 나우'가 20일 보도했다. 벨라폰테는 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영결식에 참석해 추모사를 해 달라는 부탁을 킹 여사 가족에게서 직접 받았었다"고 밝혔다. "그래서 무슨 말을 할지 준비하고 있었는데 영결식 하루 전 초청이 취소됐다는 전화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부시가 장례식에 참석하겠다고 하는 바람에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이 반전(反戰)운동을 하면서 부시 대통령을 줄기차게 비난했기 때문에 영결식 참석대상에서 빠졌다는 주장이다.

벨라폰테는 올해 초 부시 대통령이 혐오하는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부시는 테러리스트"라고 말하는 등 부시 대통령과 백악관을 자극하는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 그는 "압제자(부시를 지칭)가 민권운동가의 영결식장에 앉아 있는 걸 보고 부아가 치밀었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