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설 연휴에도 늘어난 슬픈 노인 고독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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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설 연휴가 끝났다. 흩어져 살던 가족이 모여 정을 나누는 소중한 시간이란 점에서 명절의 의미는 각별하다. 돌아가는 자식들에게 하나라도 더 싸주려는 부모의 애틋한 사랑은 각박한 일상을 버텨낼 에너지로 자식들 가슴에 채워졌을 터다. 하지만 홀로 지내는 명절이 더 서글픈 노인들도 숱하다. 65세 이상 노인 676만 명 가운데 20% 가까운 127만 명이 가족 없이 사는 홀몸노인이다. 한 해 4% 넘게 증가하는 추세다. 더 안타까운 것은 존엄해야 할 죽음조차도 혼자 쓸쓸히 맞는 노인이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노인 고독사’가 835명으로 최근 4년간 80%나 급증했다. 고령화 사회의 그늘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홀몸노인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은 여전히 미흡하다. 홀몸노인 돌봄서비스의 경우 올해 24만 명으로 대상을 늘렸지만 수혜자는 전체의 19%에 불과하다. 노인 5~10명을 모여 살게 하는 공동주거시설도 대안으로 꼽히지만 확산 속도가 더디다. 경기도가 카네이션하우스란 이름으로 올해 6곳을 늘려 47곳을 운영 중이고 부산시가 올해부터 시행에 나설 채비를 하는 정도다.

홀몸노인 돌봄 그물망을 촘촘히 짜려면 복지 행정력에만 기대선 곤란하다. 다른 기관은 물론이고 민간을 포함한 사회 전체가 나서야 한다. 전남도가 재작년부터 운영하는 ‘고독사 지킴이단’이 좋은 예다. 통·이장, 부녀회원, 의용소방대원 등 시민 1640명이 참여해 홀몸노인을 일대일로 돌본다. 교육청과 학교가 협력해 학생들이 홀몸노인을 돌보는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검토해 볼 만하다. 일본·프랑스의 경우처럼 집배원이나 가스 검침원이 홀몸노인을 돌보는 시스템도 대안이 될 수 있다. 핏줄이 없으면 ‘사회적 가족’이 나서서 노인을 돌봐야 한다. 그게 건강한 공동체를 회복하는 길이다. 노인이 없는 사회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