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 중도냐, 합리적 진보냐...노선 갈등 불거진 바른미래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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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오른쪽)와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가 8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시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부산에서 민심을 듣는다' 간담회에 참석해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오른쪽)와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가 8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시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부산에서 민심을 듣는다' 간담회에 참석해 있다.

13일 바른미래당 출범을 위한 통합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정강정책 등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지상욱 바른정당 정책위의장은 12일 바른정당의 마지막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바른미래당) 정강정책 중 가장 중요한 양당의 가치를 실현하는 부분이 지금까지 합의되지 않고 있다”며 “사실상 합의가 중단된 상태이고, 이런식으로 가면 결렬이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지 의장은 양당 정강정책 및 당헌당규 분과 소속이다.

지 의장이 거론한 대목은 정강정책에서 ‘합리적 중도’ 대신 ‘합리적 진보’라는 표현을 사용하자는 국민의당쪽 주장이다. 지 의장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지난달 18일 통합선언을 할 때 “건전한 개혁보수와 합리적 중도가 힘을 합친다”고 밝힌 것을 근거로 ‘합리적 중도’란 단어를 고수하고 있다.

지 의장은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당은 ‘합리적 진보’를 쓰자고 하는 이유에 대해 통합선언 이후 상황이 변했다고만 한다”며 “오늘 추가 논의를 할 계획은 안 잡혀 있고 연락을 기다려보겠다”고 말했다. 또다른 바른정당 관계자는 “어떤 단어를 사용하느냐보다 실질적으로 당 운영을 어떻게 해나가느냐가 더 중요한 것 아니냐”며 “순조롭게 해결되리라 본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이 지난 6∼8일 전국 66개 지역 당원협의회 위원장 공모를 받은 것도 갈등의 씨앗이 됐다. 국민의당은 당 조직 정비 차원이라고 했지만 양당 통합 과정에서 지분을 키우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바른정당 현역 의원인 지상욱(서울 중-성동을), 정운천(전북 전주을) 의원의 지역구까지 모집 대상에 포함돼 있어 논란을 키웠다.

이미 서울ㆍ경기ㆍ인천과 충청권을 중심으로 양당의 당협위원장들이 겹치는 경우는 어떻게 조정할지도 문제다. 어떤 식으로든 정리하는 과정에서 탈락한 측의 반발이 불가피하다. 바른정당 관계자는 “당분간은 공동 당협위원장 체제로 운영하는 방안도 고려해야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사무처 통합도 관건이다. 바른정당 사무처 관계자는 “과거 당대당 통합 사례를 봐도 사무처 통합에 가장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공보국장 등 주요 보직을 어느 당 출신이 맡느냐를 두고도 물밑 힘겨루기가 치열할 전망이다. 앞서 당명이나 PI(party identity·정당 이미지)를 놓고도 양당의 신경전이 치열했다. 양당의 당사무실도 계약 기간이 남아있어 중앙당사를 어디로 할지도 정해야 한다.

양당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국민의당·바른정당 합동 연석회의를 열어 바른미래당의 당헌·당규, 정강정책 정비 등 합당을 위한 막판 논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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