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계에 새 난관 예고"|미 조야, 김대중씨 회견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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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대중씨가 미 조야의 관심대상이 되고 있다. 29일 미국무성은 김씨의 미국 비판 회견내용에 관해 논평을 내놓았고 신문들은 그의 새로운 정치적 지위변화와 장래 정치노선에 관해 장문의 기사와 사설을 게재했다.
미 언론은 특히 김씨의 총선 후 기자회견에 나타난 강력한 대미 비판을 부각시켜 뉴욕타임스지는 김씨가 정통성이 없는 노태우 대통령을 미국이 지지하고 있기 때문에 반미 감정이 급증하고 있으며 쇠고기 및 기타 농산물 수입시장을 개방하라는 미국의 대한 압력에 강력히 대항하겠다고 밝힌 점을 상세히 보도했다.
워싱턴 포스트도 뉴욕타임스와 마찬가지로 외신 면 주요기사로 김씨의 대미 발언을 크게 전하면서 『한-미 관계의 새로운 난관을 예견케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김씨의 대미 관계는 그의 파란 많은 정치과정에서 줄곧 애증이 양립해 왔다』고 지적하고 『작년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3위로 처짐으로써 시들어 가던 김씨의 정치적 생명이 이번 국회의원 선거로 되살아나 정치의 중앙무대로 복귀했다』고 말하면서 『이제 김씨는 농업정책에서 저소득층 의료보호에 이르기까지 모든 문제들을 마치 그가 국정을 운영하고 있는 것처럼 거론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노 대통령 정부가 민주화 개혁 추진에 성실성을 보인다면 협조하겠다고 한 김씨의 말을 전하면서 『그러나 김씨는 미국에 대해서는 친절한 말이 없었다』고 보도했다.
한국의 급격한 정국 변화에도 불구, 거의 침묵에 가까운 말조심을 계속해 온 국무성도 김씨의 미 정책에 대한 공격이 전해지자 미리 마련한 논평을 통해 즉각적인 반응을 내보였다.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이 아닌 민주화에 대해 지지하고 있을 뿐이라는 종전 입장을 되풀이한 국무성은 특히 무역문제에 관해서는 시장개방이 한미양쪽에 이롭다고 말하면서「모든 정당들」과 통상 등 주요 상무 현안에 관해 대화를 계속하겠다고 다짐, 눈길을 끌었다.
한편 워싱턴 포스트는 총선 결과를 다룬 사설에서 『베테랑 김대중씨가 제1 야당 지도자의 자격으로 원내에 복귀함으로써 고위층 부패와 광주사태 진상조사가 활발해질 것이며, 초기 증세대로 지속된다면 김씨는 반미 감정을 정부에 대한 몽둥이로 교묘하게 활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워싱턴=한남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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