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정부질문서 설전 벌인 언론인 출신 이낙연·정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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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못 알아들을 것으로 느껴지십니까?"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
"아니요. 제 말씀이 뭔지 아실 겁니다." (이낙연 국무총리)

5일 열린 국회 본회의 대정부 질문. 이낙연 국무총리와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이 대화에는 날이 서 있었다. 평창 겨울올림픽으로 중단된 한미 합동 군사 훈련의 재개 여부를 놓고 의견이 충돌했다.

두 사람은 기자 출신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이 총리는 동아일보에서 1979년부터 1999년까지 기자 생활을 했고, 정 의원은 1984년부터 1998년까지 한국일보 기자로 일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에 관한 대정부 질문에서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의를 듣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낙연 국무총리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에 관한 대정부 질문에서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의를 듣고 있다. 임현동 기자.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인 정 의원은 이 총리에게 평창 겨울올림픽으로 중단된 한미합동군사훈련의 재개 여부를 물었다.

“올림픽 때문에 연기된 한미합동군사훈련은 (올림픽을 마친 뒤) 곧바로 재개되는지 우리 정부의 입장을 밝혀달라”(정 의원)
“현재까지 상황은 한-미 정상이 올림픽과 관련해서 훈련을 연기하기로 합의한 것이다”(이 총리)
“재개 여부를 묻는 것이다. 언제쯤 훈련이 재개되냐”(정 의원)
“올림픽을 눈 앞에 둔 시점에서 재개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꼭 적절한지는 정 의원님도 판단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이 총리)

이 총리는 이어 “올림픽과 관련해서 연기했다고 밝힌 한-미 정상의 합의에 따라 해석해보면 답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정 의원은 목소리를 높이며 “동맹이 있으면 훈련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재개 여부에 대해서 우리 정부가 명확한 입장을 못 밝히냐”고 따졌다.

이에 이 총리는 “아까 말씀드린 대로 해석하면 다 아실 거 아니냐”며 “그렇게도 못 알아 듣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올림픽과 관련해 연기하기로 합의한 것이라고 말씀 드리면 정 의원도 알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정 의원이 “평창 겨울올림픽 이후에도 한미합동군사훈련의 재개가 불확실…”이라고 질의를 이어갈 때 이 총리가 “불확실하지 않다”고 말하자 정 의원은 "총리, 말 끊지 마세요. 충분히 답변할 기회 드리겠습니다"라며 신경전을 펼치기도 했다.

정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검찰수사에 대해서도 이 총리에게 질의했다. 정 의원은 "지난 8개월 간 적폐청산이라는 미명 하에 38명이 구속됐고 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며 "언제까지 계속 되어야 하냐"고 물었다. 이에 이 총리는 "적폐청산 수사는 정부의 기획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며 "언론의 보도와 관계자의 새로운 증언에 따라서 수사가 계속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정세균 국회의장이 지난달 1월 15일 신년기자회견에서 "피의사실공표는 좋지 않은 관행이고 정상적인 국정운영도 방해받을 수 있다"고 발언한 내용을 인용하며 이 총리에게 "입법부 수장의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총리는 "저도 동의합니다"라고 답하며 "다만 언론 기관이 관계자들을 취재해서 보도하는 것은 피의사실 공표와는 별개의 문제"라고 반박했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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