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총장의 권위회복-대학은 어디로 가고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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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도대체 대학은 어디로 가는가. 학생들은 왜 저러는 것일까. 이해할 수 가 없고 예상하기도 어려운 일들이 지금 우리 대학공동체를 혼란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6·29이후 정치부문의 호전으로 학생들의 정치적 공격목표가 희미해진 탓으로 올해는 정치적 소요가 줄어드는 반면 사회 각 분야의 갈등과 모순이 내연 될 것으로 짐작됐었다. 그 예상대로 지금 기업과 대학이 진통을 겪고 있다.
그러나 대학의 경우 총장실 점거, 연구실 파괴, 교수퇴진 요구 등 어수선한 일들이 연일 벌어지고 있다. 더구나 그것들이 비교육적인 행위일 뿐 아니라 교권침해에 해당된다는 점에서 사회의 우려가 크다.
학원소요를 원인별로 보면 정치참여 교수의 배척, 학교시설의 증설 및 배당요구, 학원민주화 요구, 사립대학의 국립 화 요구, 전방입소 환송 절차문제 등 다양하다.
여기에 일일이 시비를 가릴 생각은 없다. 거의가 양시쌍비에 해당되는 일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생들은 과격한 행위에 앞서 각자의 신분과 교육적 질서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학생들의 행위는 목적이 옳아야함은 물론이거니와 수단마저 정당해야만 한다.
스승을 모욕하고 기물을 파괴, 방화하는 것은 그 어떤 이유로라도 용납되기 어렵다. 학생들의 요구가 너무나 무리하다는 것도 깨달아야한다.
교수퇴진이 그렇게 쉽게 이뤄질 수는 없는 문제다. 시설의 증축이 갑자기 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더구나 학생처장이나 지도교수가 운동권 학생들을 지도했다고 해서 배척될 수는 없는 일이다.
학생들의 가치관은 현실보다는 미래에 더 큰 비중을 두어야 한다. 현실문제에 너무나 집착한다는 것은 이상과 비전이 없다는 증거다. 더 큰 뜻을 키우며 미래를 준비하는 대학생이 돼야한다. 다음 세대엔 이 나라, 이 사회가 곧 제군들의 것이 되지 않는가.
그러나 대학 당국도 자생해야 한다. 학생들의 요구 중들을 것은 들어서 해결해 주어야 한다. 당장 해결이 어려운 것은 학생들을 설득하거나 추후에라도 해결해 주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학생소요가 학생들의 공식대표 기구에 의해 일고 있다는 사실은 숙고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더 큰 책임은 사회에 있다. 교수의 겸직허용은. 재고돼야할 문제다. 교수가 그 적을 가진 채 4년 내지 8년씩 학교를 비우고 정치에 관여한다는 것은 납득되기 어려운 처사다. 이런 법률은 즉시 고쳐져야 한다.
학원안정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대학총장의 권위회복이다. 총장은 개인적인 덕망과 학자로서의 실적, 그리고 대학 관리자로서의 권위를 함께 갖출 때 그 힘은 강해질 수 있다. 그러나 근년 들어 총장의 조건이 약해졌을 뿐 아니라 정부가 학원자유를 박탈함으로써 총장의 권위가 많이 실추됐다.
총장의 권위가 조속히 회복되지 않고서는 학원평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총장의 권위는 자신과 학교당국, 학생, 그리고 정부가 함께 노력할 때 비로소 세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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