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남자의 수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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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 살을 더 살고 싶다고 원하지 않을 만큼 늙은 사람은 없고, 오늘 죽을 것이라고 생각할 만큼 젊은 사람은 없다.」-영국의 속담이다.
그러나 인간의 수명에 관한 한「풀루타르크」처럼 명쾌한 견해를 밝힌 사람도 없다. 그의 영웅전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사는 것이 죽는 것 보다 낫다고 생각되는 때까지 사는 것이 가장 오래 사는 것이다.』 재무부가 생명보험에 가입한 9백3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이른바 「경험생명표」를 보면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남자가 65·7세, 여자가 75·6세다. 87년 인구센서스에 나타난 평균수명에 비해 남자는 1년 정도 줄어들고, 여자는 3년 정도 늘어난 것으로 되었다.
한국인의 평균수명이 선진국에 비해 짧은 것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문제는 남자가 여자보다 10년이나 일찍 죽는다는데 있다.
최 장수 국인 일본의 경우는 남자가 75·23세, 여자가 80·93세다. 한국보다 남자는 무려 9·53세, 여자는 5·33세나 더 오래 산다. 그뿐 아니라 일본의 남녀 수명 차는 불과 5·7년. 우리의 절반수준이다. 결혼식 주례사에 으레 덕담으로 나오게 마련인「백년해로」란 말이 과히 어색하지가 않다.
미국의 경우는 남자 73세, 여자 77세로 그 차이가 4년 정도 밖에 안 된다. 우리보다 평균수명이 짧은 것으로 알려진 소련(남 65세, 여 67세)의 경우는 남녀의 수명 차가 2년 정도다.
장수의 비결은 절도 있고 성실하게 그리고 즐겁게 인생을 사는 것이다. 일본이나 미국은 부부가 함께 여행도 하며 유유자적 인생을 즐기는 반면, 소련은 매일 밤 독한 보드카로 개인적, 사회적 불만을 달랜다.
그러면 우리의 경우는 어떤가. 여자의 수명은 이제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지만, 남자의 수명은 여전히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인삼과 녹용은 예외로 치더라도 보신탕이다, 토룡 탕(지렁이)이다 하여 별의별 음식을 기를 쓰고 먹고 마시는 한국남성의 수명이 아프리카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면 무언가 큰 문제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혹시나 일상 중 쌓인 울분에 스트레스, 그래서 퍼마시는 술과 담배와 울화통이 한국남성의 수명을 단축시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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